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사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직원들과 장기근속 배달기사, 창고 직원 등 비정규직에게 주식과 현금 1000억원대를 지급하기로 했다. 김 의장 개인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직원들과 나누겠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까지 입사한 우아한형제들, 우아한청년들, 해외법인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개인 주식을 증여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직급이나 성과와 상관없이 근무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2020년 이후 입사자는 2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이전 입사자는 근속 기간에 따라 차등 지원키로 했다. 직원 1인당 평균 5000만원을 주식으로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직원에 대한 주식 증여는 김 의장이 우아한형제들을 매각한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3년 뒤인 2024년에 실제 지급이 이뤄진다. 주식 증여를 받는 데 의무 재직기간은 없다. 주식 지급 시기인 2024년 이전에 퇴사하더라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장은 배달기사들에게도 주식과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민과 배달대행을 계약한 지입제 라이더 가운데 1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서 하루 20건 이상 배달한 날이 연 200일 이상인 경우 김 의장이 증여하는 주식을 받게 된다. 하루 20회 이상 주문 처리를 기준으로 삼은 건 지난해 민노총 서비스연맹과 단체협약 때 피복비 지원 등에 대한 대상 선정 기준과 같다. 일해 온 기간에 따라 1인당 200만~500만원의 주식이 부여된다.
새로 계약을 했거나 주식 부여 요건을 갖추지 못한 라이더 1390명에게는 1인당 1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정 건수 이상 배달 업무를 수행한 경우에 해당한다.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B마트의 비정규직 크루(창고 직원)와 기간제 직원 등 830여명도 1인당 100만~150만원의 격려금을 받을 수 있다.
김 의장은 이날 라이더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음식 배달을 해주시는 라이더분들이 아니었다면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된다”며 “우리가 오늘날 같은 회사로 성장하는 데 라이더분들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회사의 경영자로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기부단체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의 기부자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주식 증여는 기빙플레지 사회 환원과는 별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