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에게 교회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교회 예배가 그 모습을 크게 바꾸고 있다. 강대상 뒤 진홍색 휘장 대신 대형 스크린이 자리한 지는 오래다. 줌이나 실시간 유튜브까지 동원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예전에 이런 예배를 시행하면 비복음적이라고 여겼다. 강도 높은 저항이 있을 것 같았지만, 교인들은 어느덧 적응하고 있다. 대안적 교회 생활까지도 수용한다. 이런 급격한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신약성경이 쓰인 시대는 지금 우리의 현실보다 더 큰 변화와 전환을 겪던 시대다. 그러나 복음은 그 상황을 뚫고 2000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래서 신약은 코로나와 더불어 사는 이 시대의 좌표가 될 수 있다.
당시 복음과 율법 간의 긴장, 복음과 토착사상 간의 전쟁이 있었다. 복음과 로마정치 간의 갈등, 복음 전파의 수단으로 헬라-로마 문화를 수용하는 문제가 있었다. 종교적 박해 등은 지금 우리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신약교회의 사정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그리스도인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상황 속에 있다.
복음은 로마의 도로와 헬라 문명을 통해 매우 빠른 소통과 전달 기법으로 전파됐다. 그런데 지금의 ‘집콕’ 상황에서 인터넷이 헬라-로마 문명에 버금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약시대의 예배는 당시 세계의 다문화적 상황을 그 틀로 사용했는데, 당시 그 분위기를 축소한 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다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신약의 세계는 지난 2000년간 복음이 많은 민족과 다양한 시대에 뿌리를 내리는 동력이었다.
지금 우리 그리스도인은 지역과 인종의 장벽을 뛰어넘는 다문화뿐만 아니라 같은 세대 간의 문화적 차이마저 내포된 다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신약성경은 코로나19 이후 어쩌면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새 패러다임에 창조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신약성서 세계는 어떻게 다문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효과적 대응을 했을까. 단일민족의 전통을 내세우는 우리 문화는 다문화 수용을 다소 거부하려는 일면도 있다. 단일문화권 사람들에게 다문화 적용은 모험적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현실은 상황의 강제화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신약의 세계는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적용했을까. 신약의 세계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그물(net)과 같았다. 유대교, 헬라-로마 문화, 로마의 정치와 행정, 각 지역의 형편 등을 아우르면서 그 세계를 일종의 ‘틀’(infrastructure)로 사용했다.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는 넷프라(netfra, network+infrastructure) 상황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복음 선포의 유연성과 다양성을 보여준 것이다. 신약성경은 그 시대의 상황화(contextualization)의 산물이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 시대의 교회가 어떻게 사회 속에서 기능하며 시대적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지 해답을 제시한다.
사도행전은 초기 복음 전파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복음이 유대 문화권을 벗어나 이방 문화권으로 확장될 때, ‘예수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구약배경의 기본 개념에 ‘어떤 예수가 어떻게 그리스도이신지’가 추가됐다.
우리가 교회 분위기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구원 관련 용어(구속, 용서, 죄 사함, 회개, 중생, 양자 됨 등)는 당시 사회에서 한결같이 세속적 의미로 사용했던 단어다. 바울은 구원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당시 사회에서 통용되던 단어를 택해 그 안에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어 사용했다. 당시 세계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단어를 통로로 사용한 것이다.
우리가 성경에 나오는 단어를 반복한다고 해서 복음적인 것은 아니다. 그 본질을 전달하는 것이 복음적이므로, 우리는 언제라도 형식적 틀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바울은 각 지역의 교회에 신앙의 원리나 가르침을 전달할 때 획일화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각기 다른 교회의 상황을 반영하는 다양한 어휘와 개념을 선택하고 조합했다. 그 안에 복음을 담아 서신으로 보냈다.
이처럼 복음은 유연성과 탄력성을 갖고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됐다. 교회 전통 속에 굳어진 방법만이 복음적인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성경에 비춰 오늘을 재해석하되, 신약성경이 어떻게 시대 속에서 상황화됐는지를 좌표로 삼아야 한다.
다문화 상황에서 신약교회의 유연한 복음전파 방법은 오늘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비대면의 익숙함과 영상 문화의 확산을 수용하면서 이를 예배와 접목하는 것은 교회의 필수적 요소가 됐다.
유기적 공동체인 교회는 신약성서에 반영된 다문화 상황의 복음 전파를 배우고 유연한 모습을 견지해야 한다. 그럴 때 그리스도인 간 탄력 있는 ‘넷프라’가 형성될 것이다. 이를 통해 복음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적용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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