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관실이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기록 사본을 등사, 본격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확보한 기록을 토대로 사건 배당 및 결정 과정에 대한 진상 확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사건 공소시효가 22일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 감찰관실은 지난 10일 대검 감찰부에서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한 기록을 열람 등사했다. 법무부는 사건의 배당 및 처분 과정에 대한 진상 확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재소자 한모씨의 법무부 진정 이후 대검이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까지 이번 사건의 진행 과정 전체에 대해 절차적 흠결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과정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대검은 지난 5일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했다고 판단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또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 공무원의 비위 여부는 추가로 검토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재소자 한모씨의 법률대리인 신장식 변호사는 처분 직후 “조남관 차장검사와 허정수 감찰3과장에게 묻는다. 이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에 한동수 감찰부장이 함께 했느냐”며 “법무부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은정 대검 감찰연구관도 “정해진 결론이니 놀랍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감찰관실은 최근 논란이 된 ‘배당’ 부분부터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임 연구관은 본인이 주임검사로 지정돼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부당하게 사건에서 직무 이전 조치를 받았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대검은 애초 사건 배당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달 초 처음으로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대검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불기소 처분 직전 연구관들에게 이번 사건의 감찰 기록을 검토하도록 시키고 기소 여부가 타당한지 살피도록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가 입장에서 기소가 가능한지 검증했던 것이다.
박 장관은 무혐의 처분을 둘러싼 과정을 보고받고 진상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도 “법원 확정판결은 존중돼야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 여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는 시각을 보였었다.
대검은 사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련 증인 2명 중 1명의 공소시효는 지난 7일 만료됐으나 나머지 1명의 공소시효는 오는 22일까지다. 만일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또다시 격화될 전망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