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반 아이들은 사납고 욕 잘하는 언니를 둔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며 꼬붕 노릇을 했다. 어느 날은 나에게도 자기 가방을 들라고 하길래 이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했더니 다짜고짜 내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싸움이 시작됐다. 내 키는 그 친구 어깨만큼도 안 됐지만 정의를 위해 싸우다보니 머리카락이 한 움큼이나 빠졌다. 그러나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은 끝내 이루고야 말았다.
교회에 다니던 나는 어느 날 세계선교 영상을 보고 의료선교의 꿈을 품었다. 우여곡절 끝에 남편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나는 휴직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필리핀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남편은 치대, 나는 약대를 졸업하고 귀국해 복직했다. 그렇게 5년을 지내다 학교를 세워 선교하겠다는 기도응답을 받고 필리핀에서 우선 관리형 어학원을 시작했다. 소문이 나고 어학원이 번창하면서 하나님의 일을 떠나 돈을 벌고 자식 교육 시키는 데 집중했다. 계획했던 의료선교를 멀리하고 남편은 술과 친구들에 빠졌고 갑자기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실까?’ 하는 의심이 들며 내 신앙은 한 순간에 무너졌다.
드라마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죽을 것만 같은 공포가 밀려왔다. 때마침 언니가 춘천 한마음교회 설교 말씀 듣기를 권했다. 암투병 중에도 교회 온 지 2주 만에 예수님을 만나 죽음을 뛰어넘은 자매의 간증을 감격으로 듣고, 귀국 즉시 교회로 달려가 토요찬양예배를 드렸다. 저녁 여덟 시부터 4시간의 찬양을 드리고 받은 말씀을 간증으로 기록해 나누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필리핀으로 돌아갔는데 갑작스런 어지러움으로 한국에 와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몸의 밸런스가 무너진 영양실조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남편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귀국했다.
목사님은 계속 부활을 선포했다. 그러나 부활이 확실한 믿음의 증거라고 해도 머리와 마음은 따로따로였다. ‘과연 내 믿음은 무엇인가?’ 심각한 고민을 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 앞에 엎드렸다.
그러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상을 보는데 예수님을 채찍질하는 자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임이 비춰졌다. 피투성이가 된 주님처럼 내 마음도 찢어지며 ‘아버지! 아버지!’ 소리쳤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 내 삶은 여전히 제자리였다. ‘성령님! 저는 진짜 모르겠어요. 모든 것이 실제가 되지 않아요.’ 간절히 기도하는데 요한복음의 ‘저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는 말씀이 임하며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확히 알게 됐다. ’하나님 아버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제가 의로 여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내가 남편과 자식의 주인이 되어 내 마음대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남편에게 용서를 빌었다. 남편은 갑자기 왜 이러냐며 자신이 잘못했다고 나를 꽉 안아주었다.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새벽기도를 드리며 즐겁게 간증도 쓰고, 사람들과 막혔던 담도 깨끗이 허물어졌다. 무엇보다 내가 사는 목적이 정확해지며 언제, 어디서나 지체들과 함께 전도를 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량없는 사랑을 부어주신 주님, 회개할 죄를 비춰주신 성령님께 감사드린다. 오늘도 나는 푯대를 바라보며 주님께서 내게 주신 사명, 천하보다 귀한 영혼에게 복음을 전한다.
정영숙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