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치매진료 한다니… 의사단체·학회 거센 반발

입력 2021-03-16 17:22
치매안심병원과 관련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치매안심병원과 관련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충돌이 거세지고 있다. 인력 기준에 한의사를 포함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치매안심병원 인력기준에 한방신경과 전문의를 포함한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의료계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만 치매안심병원 전문 인력에 해당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도 치매전문 의료인력으로 인정된다.

한의계에서는 한방신경정신과전문의의 치매 진단 및 치료 역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최성열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기획총무이사(가천대)는 “전통의학에서는 치매 등 노년기 인지기능장애를 ‘매병’이라고 해서 오래 전부터 치료를 해왔다”며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통해 치매 관련 한방진료지침을 개발해오고 있다. 치매 치료에 한약, 침, 뜸, 부항치료, 한의정신요법 등 한의치료도구를 접목한다면 기존 치료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대한신경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치매학회 등 유관 학회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창태 대한노인정신의학회 홍보이사(대전성모병원)는 “치매는 충분한 수련과 자격 검증되어야만 제대로 된 진료가 가능하다”며 “급성기의 정신행동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급히 치료하고 퇴원시키는 역할의 치매안심병원에 한방진료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도 “치매 가운데는 제대로만 치료하면 완치 가능한 질환도 있다. 일반 의사들도 감별하기 어려운 치매를 한방에서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홍 교수는 “과학적 근거를 무시해선 안 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한정돼 있고, 치매안심병원에 사용되는 예산은 다른 질환의 중증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기회비용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피력했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