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판타지 소설이자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나니아 연대기’와 ‘반지의 제왕’ 속 괴물의 뿔이나 발톱이 몇 개인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혹자는 ‘그게 소설이나 영화를 이해하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선교 큐티책 GT 발행인이자 서울 송파구 다음세대교회 목사인 저자도 동의한다. 그는 “판타지(환상)가 담긴 요한계시록도 이런 작품을 감상하듯 봐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괴물의 뿔이 어디에 달렸는지 기억을 못 해도 작품을 본 사람이면 누구나 그 주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압니다.… 요한계시록에는 용과 두 마리의 짐승, 기괴한 황충과 무서운 마병대 등 수많은 괴물이 등장합니다. 666이나 14만4000 등 수많은 기호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처럼 큰 그림으로 본다면 이 판타지의 주제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저자가 요약한 계시록의 주제는 3가지다. ‘누가 예배해야 할 참 하나님이며 무엇이 사모할만한 참 하나님 나라인가’ ‘방해세력은 누구이며 방해를 이기는 길은 무엇인가’ ‘하나님과 방해세력 간 싸움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다.
계시록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2가지 키워드도 제시한다. ‘성령 안에서’와 ‘또 내가 보니’다. 계시록을 쓴 사도 요한은 본문에서 4가지의 환상을 소개하는데, 환상이 시작될 때마다 ‘성령 안에서’란 표현을 썼다. 환상을 보는 중에도 다른 상황이 펼쳐질 땐 ‘또 내가 보니’란 표현을 사용해 자신의 시선이 전환됐음을 알린다.
저자는 “계시록은 판타지물이란 특성상 여러 개의 환상이 나오고 각 환상에도 여러 장면이 섞여 있지만, 환상이 등장하고 요한의 시선이 옮겨가는 구조를 파악하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1991년 성경공부교재와 묵상집 등을 펴내는 문서사역단체 GTM을 세운 저자가 그간 써온 GT 원고를 묶어 펴낸 첫 단행본이다. GTM은 이 책을 시작으로 30년간 성경 66권을 다룬 원고를 추린 ‘GT 성경 전권 시리즈’를 선보인다. 저자가 시리즈의 시작을 계시록으로 한 건 팬데믹 상황 속 이단의 발호와 무관치 않다.
“이단이 가장 강조하는 책이 계시록입니다. 그런데 그들 식으로 풀이하면 결과적으로 교주가 재림주가 되거나 성령이 됩니다.… 계시록은 구약성경에 일관되게 흐르는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 나라’란 주제가 동일하게 적용돼야 정상적으로 풀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책에는 장과 단락으로 구분한 계시록 22장의 전체 내용과 배경지식이 상세히 실렸다. 묵상집에 쓴 글인 만큼 평이한 문체로 작성된 게 특징이다. 하루 치 묵상 원고를 작성·교열·편집하는 데 평균 7시간이 들었다는 저자의 노고와 정성이 느껴진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