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김치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김치 수출 국가를 늘리고, 현지인 입맛에 맞춘 제품으로 변형하는 등 김치를 통한 ‘K-푸드’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4451만 달러(약 1650억원)로 2019년 대비 37.6%가 증가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2012년 1억661만 달러(약 1217억원)를 8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류 영향으로 K푸드가 인기를 얻은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김치가 면역력을 높여주는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보고 있다.
김치는 전세계 8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는데, 지난해는 특히 미국에서 김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대상은 2019년 대비 지난해 미국으로의 김치 수출이 2배 증가했고, CJ제일제당은 45%가량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관계자는 “K팝 등 한류 영향으로 꾸준히 증가하던 김치 수요가 코로나19로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미국에서 유독 크게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해외로 김치를 수출하는 업체는 대상과 CJ제일제당, 풀무원이 대표적이다. 전세계 40여개국에 김치를 수출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44%를 차지하는 대상은 지난해 말 중동시장에 진출하면서 현지 특성에 맞게 할랄 인증을 받은 포기김치, 맛김치, 총각김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대상은 올해 가동을 목표로 미국에 김치 생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25% 성장하며 최근 3년간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은 한국식 김치뿐 아니라 현지인에게 익숙한 고수를 넣은 ‘고수김치’와 ‘비건 김치’ 등 베트남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춘 제품도 출시했다.
2019년 비건 김치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김치사업을 시작한 풀무원은 전통 김치를 재해석한 ‘김치렐리쉬’(사진)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치렐리쉬는 젓갈을 넣지 않은 비건 김치에 토마토와 스리라차 소스의 풍미를 더한 신개념 김치로 파스타, 샐러드, 핫도그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풀무원은 중국, 일본과 호주까지 김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 김치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며 “현지 교포들을 위한 한국식 김치 외에도 현지인 입맛과 식문화에 맞춰 핫소스 타입으로 변형한 제품 등을 통해 현지인들 사이로 더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