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으로 확산한 지난해 2월, 수많은 국내 제약사가 치료제 개발에 도전했다. 1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10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허가받은 기업은 14곳이다.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개발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뿐이다. 렉키로나주는 지난달 5일 3상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전제로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개발부터 허가까지 단 1년이 걸렸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국책 과제 ‘2019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에 참여, ‘CT-P59’를 발굴하고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 했다.
품목허가 전이지만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된 치료제도 있다.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 ‘GC5131A’는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40건 획득했다. 이는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약을 위중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제도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내 식약처에 GC5131A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5월 질병관리본부의 국책 과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과제’에 참여, 항체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8월 임상 2상을 승인받고, 같은해 12월 환자 등록과 투약을 마쳐 2상을 마무리했다.
약물재창출에 도전한 제약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약물재창출은 기존 의약품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하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이달 8일 식약처에 ‘나파벨탄주’의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다. 동시에 중증 코로나19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 계획서(IND)도 제출했다. 허가 여부는 다음달 결정될 전망이다. 나파벨탄주 약물재창출 연구는 지난해 6월부터 속도가 붙었다. 당시 종근당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약을 맺고 췌장질환 치료제 나파벨탄주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에 착수했다.
반면 일양약품은 4일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3상 임상시험에 실패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임상시험은 러시아 기업 알팜이 현지에서 진행했는데,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은 지난해 3월 언급됐다. 일양약품은 시험관 시험에서 슈펙트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적용한 결과, 48시간 후 바이러스가 대조군 대비 70% 감소했다고 발표해 기대를 모았다.
아직 임상시험 승인 전 단계에 머문 사례도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코로나19 흡입치료제로 개발 중인 ‘UI030’에 대한 2상 IND 수정본을 빠르면 이달 말 식약처에 제출할 전망이다. 회사는 지난해 9월 UI030에 대한 2상 IND를 제출했지만, 2개월 뒤 피험자 수를 축소한 IND를 다시 제출했다. 이후 식약처가 동물 대상 효력시험 자료를 요청하자 지난달 시험에 착수했다. 회사 관계자는 “동물 효력시험이 막바지 단계에 있으며, 곧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늦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등장했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12월30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CWP291’의 코로나19 감염 동물모델 연구결과에 대해 소유 및 사용 권리를 확보하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동물시험을 마무리하고 2상 시험을 위해 준비 중인 상태다. 지난달에는 휴온스가 ‘제피러스’의 시험관 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쿠키뉴스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