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흥시 공무원도 무더기로 땅 사들였다

입력 2021-03-11 04:00
경기도 광명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인 가학동에 사는 한 주민이 10일 광명시청 소속 6급 공무원 A씨가 소유한 토지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토지 형질이 변경된 이 땅에는 숲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광명=최현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진원지인 경기도 광명·시흥지구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땅을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명시청 소속 6명, 시흥시청 소속 8명, 경기도의회 의원 1명이 신도시 발표 전부터 토지 수천㎡를 사거나 받은 것이다. LH가 촉발한 ‘불공정 땅 투기 파문’이 3기 신도시 전체 공무원들로까지 옮겨붙는 모양새다.

경기도 광명시는 현재까지 소속 공무원 6명이 2015년부터 정부 신도시 발표 전까지 광명·시흥지구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6급 공무원 1명의 매입 사실이 드러난 뒤 5~8급 공무원 5명이 추가 적발됐다. 추가 적발된 공무원들은 5급 2명, 6급 2명, 8급 1명이었다. 2015·2016·2017년 1명씩, 지난해에는 2명이 임야·답·전·대지 100~1089㎡를 취득했다.

앞서 적발된 50대 6급 공무원은 주택과에 근무하던 지난해 7월 교통 요지의 임야 793㎡를 4억3000만원에 가족 명의로 샀다. 이 공무원은 토지매입 후 무단으로 굴착기를 동원해 땅을 평평하게 다지는 ‘형질변경’까지 감행했다. LH처럼 사전에 개발 정보를 알 수 있는 공무원들이 무차별 땅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하지만 광명시는 질책보다는 옹호에 치중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추가 확인된 공무원 5명은 형질변경 등의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업무상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취득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한계가 뚜렷하다. 지난 4일부터 벌인 광명시 자체 조사의 중간 결과에 불과하다. 땅 취득 여부는 외부 기관의 조사나 수사 없이 부동산 취득세 과세 자료를 검토해 확인했을 뿐이다. 광명의 총 5개 개발업무지구 가운데 1곳(광명문화복합단지지구)에 대한 조사는 토지조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경기도 시흥시 소속 공무원 8명도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7명이 가족 명의로, 1명은 본인 명의로 등록했다. 취득 시점은 2015년 이후가 3명, 나머지는 1980∼2013년이었다.

7명은 토지 보유 사실을 자진신고했지만 1명은 조사 과정에서 적발됐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이던 5급 공무원은 지난해 10월 광명의 토지 91㎡를 경매로 취득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시흥시의 결과 발표는 광명시보다 더 부실하다. 토지 취득 공무원들의 직급과 토지 위치·규모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엄정 조치하겠다”면서도 “이들의 토지 취득 과정에서 투기를 의심할 만한 특이사항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지자체 조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되자 ‘면피성 조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업계에선 “신도시 투기 의혹을 위한 조사인지, 보유자 현황 파악인지 구분이 안 된다”며 “외부 기관의 수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A의원은 3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도 부천 대장지구 토지를 아내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드러나 감사원 조사를 받고 있다. 2018년 A의원이 부천시의원으로 재직 당시 그의 아내가 대장동 대지 273㎡ 경매에 단독 입찰해 1억6000만원에 낙찰받았다. 땅값은 이듬해 3기 신도시로 지정되면서 3배 가까이 뛰었다. A의원은 “텃밭을 일구기 위해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