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감염 확진 산모의 분만 사례도 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철저한 방역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출산 준비부터 분만 후 신생아 관리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 등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도 병원이 책임지고 있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7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는 4번째 코로나19 감염 산모의 분만이 이뤄졌다. 앞서 병원에서 출산한 다른 세 명의 코로나19 감염 산모와 달리 이번에는 고위험산모였고,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긴장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분만을 집도한 김의혁 일산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 산모는 경기도 의정부 소재 개인 산부인과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고 이튿날 일산병원에 입원했다”며 “출산 준비에만 30~40명의 인력이 붙었고, 의료진은 10명 정도 투입됐다”고 회상했다. 지난 1월 제주대학교병원에서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산모가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출산했다. 앞서 산모는 지난해 말 자가격리 통보를 받아 병원에 분만 수술 문의를 접수했고, 병원은 ‘코로나 확진 상황’에 준해 산부인과, 감염내과 등 의료진을 꾸려 분만 준비에 나섰다. 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수술실로 이동하는 길목과 수술방 등에 비닐을 둘렀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산모는 일반 산부인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우리 병원이 제주지역 감염병 지정병원이라 보건소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며 “분만 전부터 준비를 해 혼선은 없었지만 사전준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별도 정부 지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선대학교병원도 지난해 11월 코로나 확진을 받은 임신부의 분만을 수행했다. 병원은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수술방 15개 모두를 비우고 방역 소독을 했으며, 감염 노출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인력만 수술실에 투입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10개 음압격리병실이 구비돼 있어서 분만이 가능했다. 대신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해서 수술 전후로 각각 4시간씩 방역 소독을 했고, 수술 당일에도 모든 수술방을 비워야 했다”고 말했다.
일선 사례를 보면, 확진 산모는 대체로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하는데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 등이 투입된다. 하지만 적절한 지원이 없어 의료기관의 손실이 큰 상황이다. 김 전문의는 “여건상 코로나19 감염 산모는 자연분만이 어렵다. 수술을 하더라도 산모가 다른 환자 등과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확보, 수술실 방역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또 분만 완료 전까지 의료진이 수술실 밖으로 못나간다. 의료진은 물론 수술에 필요한 물품 등도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과 물품을 비치해둬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없다”고 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분만의료전문기관으로 지정됐던 대구 파티마병원도 확진 산모 분만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손실을 병원이 감당해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작년 초 코로나 감염이 지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역 병원들과 담당 파트를 나눴다. 파티마병원이 분만 파트여서 한시적으로 전담하게 됐다”며 “확진 산모가 얼마나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일반 산모는 모두 전원시켰다. 당시 병원 손실이 컸지만 위기극복차원에서 전담한 거라 따로 지원받은 게 없었다”고 회상했다.
정부는 코로나 환자 치료 병원 등에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진료과목별로 구분해 산정하고 있진 않다. 신현두 중앙사고수습본부 보상지원팀장은 “손실보상은 특정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거나 병상을 비웠거나 하는 등 전체 (방역활동 등)에 대해서 이뤄진다”며 “분만 상황에 대해 별도로 산정하는 것은 없지만, 산모의 경우 특수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투석환자와 같이 준중증환자로 분류한다. 그에 준하는 치료병상 수가는 일반 병상과 5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코로나 확진 산모 분만과 관련한 고충을 호소하는 병원들이 있다. 분만 건수 자체가 줄고 있어서 아직 피해사례가 많지 않지만 문제 해결이 필요할 것 같다”며 “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 산모만 전담하는 분만실, 의료기관 등을 지정하면 좋을 것 같다. 중수본 등에 정식으로 (보상 및 거점 병원 지정 등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