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만명 유전체 분석 끝나는데 사업종료라니”

입력 2021-03-16 17:21

전국 암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지원하는 대규모 임상시험 지원사업이 곧 종료된다. 사업단은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넓히기 위해 후속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올해 이 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현재 계획하고 있는 다른 사업과 연계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고려대학교 정밀의료 기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이하 K-MASTER사업단)’은 2017년 6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고 있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 사업단이다. 사업단은 암환자들의 ‘변이유전자’를 분석해 첨단 정밀의료를 실현한다. 김열홍 단장(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은 “암은 다른 병들과 달리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다. 비슷한 암종에서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를 타깃한 신약 개발이 이뤄져왔다”며 “문제는 최근 드물게 발견되고 있는 유전자변이가 다양한 암종에서 골고루 나오고 있어 신약개발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암종에 상관없이 같은 변이가 있을 경우 그에 맞는 약을 쓸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유전자검사 등의 과정을 거쳐서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야 한다. 사업단은 그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신약은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 기회도 같이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사업에는 전국 56개 병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각 병원에서 등록한 환자의 조직과 혈액 샘플이 사업단 유전체검사부에 배송되면 사업단은 유전체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임상시험을 매칭하고 표적치료제 등의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분석된 유전체 정보는 암종별, 유전자별, 변이별로 검색 및 시각화해 보여주고 있다.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암환자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이 완료될 전망이며, 유전체 분석결과를 연계한 임상시험은 현재 20건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김 단장은 곧 종료되는 사업 연장 여부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임상시험은 계획을 세우고 약을 받아서 환자에게 투여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약 효과가 좋으면 1년 이상씩 유지되기도 한다”며 “이 과제는 5년짜리다. 즉, 마지막 참여자의 임상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종료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반기면 1만명의 유전체 분석이 완료되는데 그 1만명이라는 숫자도 충분한지 알 수 없다. 외국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한 임상시험 매칭 수요가 늘면서 후속사업으로 연계하는데 우리는 기간을 정해 놓고 후속지원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상시험은 신약접근성을 높이는데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무리 재정을 확대해 보험급여를 적용해도 한계가 있다”며 “이런 임상시험이 가능한 많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올해 K-MASTER사업을 종료하는 대신 현재 계획하고 있는 다른 사업과 연계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강준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어렵게 쌓은 1만명의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현재 100만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구축하는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서 이와 연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시험과 관련된 부분도 다른 국가 차원의 신약개발사업과 연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