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노동자 해고·보복 막는 ‘조직권보호법’ 통과

입력 2021-03-11 04:05

미국 하원이 9일(현지시간) ‘조직권보호법’이라는 이름의 노동조합 강화법을 통과시켰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을 대폭 수용했던 1930년 뉴딜 시절 이후 가장 중대한 노동권 증진 법안이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미 민주당은 이날 하원에서 조직권보호법(PRO Act·Protecting the Right to Organize Act)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공화당 의원 5명이 민주당 측에 합류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권보호법은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을 고용주의 해고나 보복으로부터 보호하고, 플랫폼 노동의 확대 등 노동환경 변화에 발맞춰 노조 가입 자격을 대폭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상원의 벽을 넘을 경우 많게는 수천만명의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할 길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직권보호법에 따르면 노조를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을 보복하는 등 연방 노동법을 위반하는 고용주에게는 건당 5만 달러(약 57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지금까지 미국 노동법에 노조 결성 방해 기업에 대한 벌칙 조항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우버 운전기사 등 플랫폼산업 노동자들의 처우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의 운전기사들은 그간 회사와 독립적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 유급병가, 고용보험 등 고용 노동자가 제공받는 복지 혜택에서 배제됐다.

조직권보호법은 플랫폼 노동자가 업무 중 플랫폼 업체의 지휘·통제에서 자유롭고, 실제 거래나 직업선택 과정에서 완전한 자유가 보장될 경우에만 개인사업자로 취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들을 개인사업자로 분류하는 일 자체를 까다롭게 만들어 노조를 결성할 수 있는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은 이번 법안을 전염병 시대의 중심 의제로 받아들였다”면서 “그들은 노조 강화가 경제적·인종적 불평등을 약화시키는 데 강력한 해답을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법이 민주당과 공화당 의석이 50대 50인 상원의 문턱을 통과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화당은 “기업들을 고사시키고 노동자들을 해고하게 만드는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