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 64조 몰려… 증거금 1억, 최대 5주 받는다

입력 2021-03-11 04:07
10일 서울 여의도의 NH투자증권 본사 영업부에서 고객들이 창구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NH투자증권 제공

“유튜브에서 이번 공모주 청약이 다시 안 올 기회라고 하더라고요. 전화 상담은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서 직접 왔죠.”

직장인 임모(55)씨는 10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일반투자자 공모주 청약에 600주가량을 넣었다. 최근 주식투자를 본격 시작한 ‘주린이’(주식 초보자) 임씨의 첫 공모주 청약이다. 임씨는 “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돈을 맡길 곳이 없고, 요즘 코스피지수도 불안해 공모주 투자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사상 최대 증거금인 63조6000억원을 끌어모았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의 기록인 58조5500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공개(IPO) 신화’를 새로 썼다. 통합 경쟁률은 335.4대 1을 기록했다. 균등 배정 방식이 적용되고, 중복 청약이 가능해 소액·분산 청약으로 적어도 1주 이상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이에 따라 균등 배정 물량(일반 청약 규모의 50%)보다 청약 건수가 많은 증권사에 접수한 투자자들은 1주도 못 받을 수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균등 배정 물량이 14만3438주인데 청약 건수는 각각 39만5290건, 20만9590건에 달한다. 이 경우 균등 배정 물량은 추첨 배정으로 전환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무작위 방식으로 추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 한국투자증권, SK증권은 최소 청약증거금(10주)을 넣었다면 균등 배정 물량 내에서 1~2주를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비례 방식으로 배정되는 물량이 반으로 줄면서 경쟁률은 2배가 됐다. 예를 들어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334.42대 1인데, 증거금으로 1억원을 넣었을 시 균등 방식으로 최소 1주, 비례 방식으로 최소 4주를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여러 증권사에 소액으로 청약한 투자자들이 유리하게 된 것이다.

청약 마지막날인 10일 증권사 지점들은 온종일 바쁘게 돌아갔다.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는 점심시간 즈음 고객 10여명이 창구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증권사별 경쟁률을 실시간 확인하며 청약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선 접속이 몰리며 비대면 청약 신청이 한때 지연되기도 했다.

이성운 명동WM센터장은 “지난주부터 공모주 청약으로 지점이 붐볐고, 신규 계좌 개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자신 명의로 증권사 여러 곳에 중복 청약했을 뿐 아니라 가족 계좌를 총동원해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를 계기로 중복 청약을 막지 못한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권가 관계자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탓에 애써서 청약을 하고도 증권사에 따라 1주도 못 받는 고객이 생기게 됐다”고 전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선 이번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에 대해 “중복 청약을 하면 ‘눈먼돈’을 벌 수 있다” “개미 투자자들에겐 ‘공모주 축제’”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 안에 공모주 중복 청약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