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파장이 갈수록 확산하는 가운데 LH를 둘러싸고 오가는 발언들이 여론의 분노를 더 키우고 있다.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LH 직원을 자처하는 이들의 ‘망언’이 게재되고 정책 수장의 무신경한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상태다. 정부 2·4 공급 대책에 따라 각종 정비사업에 앞장서야 할 LH의 신뢰가 위기에 처했다.
10일 LH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라며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고 적었다. 이어 “꼬우면(아니꼬우면) 니들도(너희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극히 혐오스러움)” 등의 글도 남겼다. 블라인드는 가입 단계에서 사내 메일로 재직 여부를 인증한다. 이 때문에 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LH 구성원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LH는 자극적인 게시글들의 글쓴이가 LH 직원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확히는 재직자가 아니라 퇴직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블라인드는 현직 외에도 파면이나 해임 및 퇴직자의 계정이 유지되므로, 해당 게시자가 LH 직원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LH 직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내부의 시각과 정반대의 글에 대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익명 글 게시자가 LH 재직자인지 여부를 떠나 블라인드에 게재되는 글의 후폭풍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로 확인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폭로도 이어졌다. 역시 LH 직원을 주장하며 작성된 한 게시글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 요구해서 투기한 것 몇 번 봤다”며 “일부러 시선 돌리려고 LH만 죽이기로 하는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겼다. 전혀 확인되지 않은 폭로지만, 시중에 도는 소문과 결합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광명시 일대의 공인중개업자 사이에는 올 초부터 정치권의 비밀 정보를 바탕으로 땅을 보고 다니는 이가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게 돌았다.
이렇듯 확인되지 않은 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여론을 달래야 할 책임자들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토위에 참석해 ‘직원들이 광명·시흥의 공공택지 개발을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게 진심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변 장관은 “내가 아는 경험으로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변 장관은 앞서 지난 4일 한 언론사의 질의에 LH 직원 투기 의혹을 변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 발언이 실언이 아니었다고 재차 확인한 셈이다.
변 장관의 인식은 LH 직원임을 자처해 블라인드에 게시한 글과도 맥이 닿아 있다. 지난 4일 LH 직원 아이디로 올라온 게시글에는 “LH 직원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인지, 공부를 토대로 한 투자인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 작성자 역시 LH 재직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투기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내용 자체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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