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전담하되, 검경이 수사 관련 협의체를 만들어 협력하기로 했다. 부동산 수사 전문 검사 1명이 경찰 주도의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합수본) 대신 수사권이 없는 정부 합동조사단에 파견된다. 10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관계기관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이번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원칙에 따른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국가가 가진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주문했다. 과거 1, 2기 신도시 투기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을 이번 수사에도 참여시키는 게 국가의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하는 길일 텐데 왜 그렇게 안 하는지 모르겠다. 수사 시작 단계부터 경찰의 능력을 불신하는 건 아니다. 이 분야에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검사를 합수본에 파견하는 식의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왜 그걸 안 쓰냐는 것이다. 분노한 민심을 잠시 달래기 위한 수사라면 더 큰 화를 부를 것이다. 정부가 정말로 ‘엄단’과 ‘발본색원’의 의지를 갖고 있다면 검찰을 수사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위는 “이번 사건이야말로 대형 부패범죄로 검찰의 수사역량이 절실하다”며 “대통령의 의지만 있다면 (검찰의 수사 참여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쥐를 잡는 데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를 가릴 것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을 배제해야 한다는 건 매우 기계적이고 맹목적인 논리”라며 “능력 있는 검사를 차출해 합수본 수사에 참여시키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을 배제하는 것이 또 다른 소모적 논란을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뭔가 불리한 내용을 숨기려고 검찰에 수사를 안 맡기는 것 아니냐는 식의 추측이 나오는 걸 가리키는 말이다.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며 경찰 수사를 벌써부터 비웃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날엔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어머니가 3기 신도시 인근의 땅을 매입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고위공직자 연루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가세로 합수본 수사능력을 극대화시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사설] 투기 엄단 의지 있다면 LH 수사에 검찰 배제 말라
입력 2021-03-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