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미·중 양국은 홍콩, 대만,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 왔지만 물밑에선 대화를 위한 실무 접촉을 계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사진) 미 백악관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과 대면 회담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어떠한 세부 사항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달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우리는 다양한 수준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여러 이슈에 대해 중국과 대화해 왔으며 함께 일할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중 사이에 교류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 양국이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SCMP는 회담 장소로 미국 알래스카주 남부에 있는 앵커리지를 꼽았다. 지리적으로 두 나라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고 언론 취재를 피하기 좋다는 이유에서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앵커리지가 미국의 일부이긴 하지만 미 본토와 중국에서 거리가 비슷하다”며 “중국으로선 중립적인 지역에서 회담을 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면 중국에선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미국에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 정치국원과 왕 부장은 시 주석이 가장 신임하는 외교관으로 알려졌다. 미·중 고위급의 직접 대면은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백악관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때가 마지막이다.
천치 칭화대 국제안보연구소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은 실무선상에서 긴밀하게 접촉해 왔다”며 “양제츠와 블링컨이 만난다면 양국 관계 설정을 비롯해 대화를 어떻게 재개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