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vs 0%, 상황 대역전

입력 2021-03-11 04:05
용인 삼성생명 선수들이 9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청주 KB스타즈를 연장 접전 끝에 84대 83으로 물리친 후 서로 끌어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연승을 거둔 삼성생명은 이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연합뉴스

용인 삼성생명과 청주 KB스타즈, 챔피언결정전(챔프전)에서 누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든 여자 프로농구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언더독’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4위로 우승을 하는 것도, 2위 KB스타즈가 노리는 리버스 스윕(2연패 후 3연승)도 한 번도 없었던 ‘0%의 기적’이다.

삼성생명과 KB스타즈는 11일 오후 7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2020-2021시즌 챔프전(5전 3승제) 3차전에서 격돌한다. 삼성생명은 챔프전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KB스타즈가 정규시즌 상대전적 5승 1패의 우위로 손쉽게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삼성생명이 1·2차전을 모두 가져갔다.

15년 만에 우승컵을 노리는 삼성생명의 포스트시즌 이변은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PO) 방식의 변화에 큰 덕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여자농구연맹은 기존의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3개팀에서 4개팀으로 늘리면서 정규리그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어드밴티지를 폐지했다. 그리고 하위팀이 준PO-PO를 거쳐 올라가는 스텝업 대신 1위-4위, 2-3위가 동등하게 PO를 거치도록 했다.

물론 PO 방식이 바뀌었더라도 임근배 감독의 용병술 및 팀의 조직력이 없었다면 이변은 없었을 것이다. 주전 의존도가 높았던 다른 상위팀들에 비해 삼성생명은 선수들이 고르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삼성생명의 챔프전 평균 턴오버는 11.5개(실책으로 상대에게 공을 뺏기는 것)로 KB스타즈의 18.5개보다 7개나 적었다. 다만 돌풍의 구심점인 베테랑 김한별이 2차전 이후 허벅지 뒤 근육에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은 3차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KB스타즈는 기적의 역전극에 도전한다. KB스타즈가 앞서 1·2차전을 모두 패배한 것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박지수에게 지나친 의존을 하면서 실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박지수는 챔프전에서도 매 경기 정규시즌과 변함없는 득점력과 리바운드를 보였지만, 턴오버가 평균 5.5개로 정규시즌 3.1개보다 많다. 여기에 박지수를 향한 삼성생명의 집중 견제도 한몫했다. 정규시즌 평균 8개에 그치던 피파울은 챔프전에서 무려 20개로 늘어났다.

KB스타즈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아깝게 1위를 놓치는 등 저력있는 팀이다. 비록 1차전에선 어이없이 졌지만 2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역전패 한 만큼 3차전은 배수의 진을 치고 치열하게 싸울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