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날개도 없는 딱정벌레 2종 국내서 첫 발견

입력 2021-03-11 04:06
국립생물자원관이 특수장비를 활용해 촬영한 장님주름알버섯벌레(1.3㎜) 모습. 지난해 7월 강원도 오대산에서 처음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

눈과 날개가 없는 딱정벌레 2종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됐다. 토양·서식 환경에 적응하는 곤충의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토양 무척추동물 다양성 연구’를 통해 눈이 없고 날지 못하는 신종 딱정벌레류 2종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무척추동물은 딱정벌레·지렁이처럼 등뼈가 없는 동물 무리를 뜻하는데, 전체 동물의 97%를 차지한다. 자원관은 재작년부터 새로운 자생종이 발견될 가능성이 큰 토양 무척추동물을 연구했다.

국내에서 발견된 신종은 ‘장님주름알버섯벌레’(사진)와 ‘제주장님주름알버섯벌레’다. 일반적인 딱정벌레와 다르게 겹눈과 뒷날개가 없어 앞을 보지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 딱정벌레류의 일반적인 형태·특징은 온몸이 단단한 각피(큐티클)층으로 덮여 있고 딱딱한 딱지날개가 있다. 또 많은 낱눈으로 구성된 한 쌍의 겹눈을 가지고 두 쌍의 날개 중 뒷날개로 비행한다. 자원관 관계자는 “신종은 눈이 없어 앞을 못 보지만, 더듬이와 털을 이용해 방향 감각을 익히고 움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일본에서 버섯 등의 균류를 먹이로 삼는 장님주름알버섯벌레속 3종이 처음 발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장님주름알버섯벌레속은 일본과 우리나라에 5종만이 분포하는 매우 희귀한 분류군이 됐다. 크기는 대부분 2㎜ 이하로 작다. 국내에서 발견된 2종의 크기도 1.3~1.4㎜다.

일본에서 발견된 1종은 동굴에서 채집됐고, 나머지 4종은 낙엽이 쌓인 토양에서 발견됐다. 국내에서는 장님주름알버섯벌레가 지난해 7월 강원도 오대산에서 채집됐고, 제주장님주름알버섯벌레는 같은 해 6월 동백동산·비자림 등 제주도에서 발견됐다.

자연관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은 어두운 토양 환경에서 눈과 날개가 퇴화해 토양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는 데 에너지를 주로 쓴다”며 “낙엽이 쌓인 흙이나 동굴과 같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환경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생태계 건강도를 측정하는 환경 지표종으로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