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경의 유기적 협력’을 지시한 이후 처음으로 10일 범정부 차원에서 검찰이 참석하는 관계기관 회의가 열린다.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찰을 ‘패싱’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일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8일 만에 회의를 열어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신속하고 전방위적인 수사가 필요한 이번 사안을 감안하면 대응 시기가 너무 늦고, 방식 역시 모호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직접수사 대상을 이른바 6대 범죄로 한정해 놓고 협력 차원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작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직원 등의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관련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하고 검·경 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고 국무조정실이 9일 밝혔다. 회의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차장) 등이 참석한다. 검찰 수사 책임자가 처음으로 LH 의혹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다. 지난 2일 관련 의혹이 불거진지 8일 만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의혹 해소를 위해선 검찰과 경찰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정 총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검찰도 수사 노하우, 기법, 방향을 잡기 위한 경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한 바 있다. 청와대는 구체적 협력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검찰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지시했고, 검찰 참여 형식의 문제는 지금 논의 중”이라며 “과거처럼 검찰이 지휘하는 방식은 아니다. 대통령이 ‘협의’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합동수사본부에 전문성을 갖춘 검사 파견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하는 등 여당 일각에서도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사가 파견되더라도 ‘지휘’가 아닌 ‘협력’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숙제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더라도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청구를 하고 수사를 보완하는 등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지 1주일 만인 이날 LH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하지만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하면 강제수사 착수 시점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상대로 한 1차 조사에서도 41명이 조사에 필요한 개인정보 이용동의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제출을 아예 거부하는 등 정부 기존 조사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국토부 직원 1명과 LH 직원 11명 등 12명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 자체를 거부한 상태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전수조사를 거부한 공무원과 LH 직원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성수 손재호 오주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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