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개숙인 변창흠… 장관직 사퇴 목소리에 “책임 통감”

입력 2021-03-10 04:02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기에 앞서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출신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 나와 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변 장관은 “소관 업무 주무부처 장관이자 LH 전 기관장으로서 매우 참담한 심정”이라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장관직을 걸고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향한 책임론에 “(LH 사장 당시) 투명성과 공정성을 끊임없이 얘기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 허무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장관직 사퇴 목소리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만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변 장관과 장충모 LH 사장 직무대행 등을 불러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변 장관은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서 큰 실망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투기 행위자를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하고, 부당이득은 몇 배로 가중해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말했다. 차명거래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모든 필지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된 ‘LH 직원 감싸기’ 발언에 대해선 “투기 행위를 두둔하는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며 국민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LH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개발이 안 될 것으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같다”고 말해 설화에 휩싸였다.

변 장관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부당이익) 환수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일부 직원의 일탈이 나타났는데, 다시는 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 직무대행도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과정에서 투기적 행위로 판단되면 보상을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제대로 된 처벌과 부당이익 환수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에 적용할 법은 부패방지법 등 4개밖에 없다”며 “이걸로 패가망신이 가능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LH가 로또(Lotto)를 하며 꿀(Honey)을 빨 수 있는 곳이냐”고 비꼬았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을 지내기도 한 박수현 민주당 홍보소통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변 장관이) 이렇게 된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모친이 신도시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양이 의원의 어머니 이모 씨는 2019년 8월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산42번지 중 66㎡(약 20평)를 지분공유 형태로 매입했다. 가학동은 지난달 광명시 광명동, 옥길동 등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이씨가 매입한 부지 자체는 신도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신도시 예정지 인근이란 점에서 개발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이 의원은 “해당 임야를 비롯해 소유하신 부동산을 처분하기로 했다.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고발하는 글이 2년 전인 2019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청원인은 당시 고양·창릉 신도시를 거론하며 “정부 및 LH 관련자가 사들였다는 얘기가 많이 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청원엔 3727명이 동의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