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도 3년 연속 경평 A등급 받은 LH… “이익 많이봐서”

입력 2021-03-10 00:07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부지 사전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개인의 일탈 동기가 원천 차단되도록 기관 전체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 제도를 통해 공공기관 일탈을 뿌리 뽑겠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도 9일 국회 현안보고에서 이런 방안을 공기업 직원 투기 재발방지책으로 포함했다. 하지만 정작 LH 직원들의 투기가 발생했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LH가 경평에서 최우수 등급인 A등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벌써 실효성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발표한 ‘2019년도 경평’에서 기재부는 LH에 대해 “LH는 윤리 경영 중기계획을 수립하고 임직원 행동강령, 직무별 행동수칙, 퇴직 임직원 윤리강령까지 신규 제정해 규범 체계 정비를 통한 예방적 윤리 환경을 조성했다”며 윤리 경영의 모범 사례로 꼽았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 노력, 하자처리 기간 단축 노력 등에서는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100점 만점을 줬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LH는 도배 불량 등 연 6300건 넘는 공급 아파트 하자 민원을 지적받았다.

2019년 임직원 채용비리가 불거지고 임직원 부패행위 적발 건수가 23건으로 전년(5건) 대비 4배 이상 치솟았음에도 LH는 이듬해 경평에서 또다시 A등급을 받아 정규직 직원 1인당 1000만원 가까운 성과급을 받았다.

LH가 최고 등급을 받은 이면에는 부동산 경기 과열과 임대주택 확대 정책 영향이 컸다. 기재부는 지난해 LH 경평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호조로 인한 분양 토지 매출 증가로 세전이익 2조7649억원을 달성했고, 임대주택 운영 호수 증가에 따른 임대보증금 증가로 임대사업 부가가치가 831억원(4.9%) 늘었다”고 적었다. 직원의 도덕적 해이 속에도 매출 성과만 잘 내면 좋은 등급을 받아왔다는 걸 몸소 보여준 것이다.

정부 엄포에 공공기관의 반응은 차갑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그냥 대놓고 사고가 터지면 기관까지 연좌제를 적용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택·토지와 무관한 공기업 임직원과 가족의 정당한 자산거래에 대해서도 소속 기관의 규제와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LH 내에서는 “지금 경평 신경 쓸 분위기도 아니지만 올해 경평 결과는 사실상 최하 등급 아니겠느냐”는 한숨도 나온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