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을 넘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9일 국무회의까지 통과하면서 정부가 본격적인 후속 조치에 들어갔지만 넘어야 할 장애는 적지 않다. 여당이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조사(사타) 빠른 완료,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압박하는 가운데 아예 기재부의 예타 권한 축소를 담은 법안까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도 안 남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쐐기 박기에 나선 셈이다.
국토부는 이날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사타, 하위법령 정비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사타, 예타를 추진할 수 있다. 사타는 필요성, 위험 요소, 입지 조건, 영향 등을 따져보는 절차다. 이후 예타에서 경제성(B/C),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최종적으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 시행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이는 이론에 불과하다. 다음 달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슈퍼 여당의 닦달이 거세져 사실상 이런 절차는 무력화 수순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실제 국회는 지난달 처리한 특별법에 “기획재정부 장관은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예타 미통과 위험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여당은 “사타 조사를 가급적 추석 이전에 완료하고 올해 내 예타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며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떠 기재부 예타 권한 축소 법안까지 들고 나와 정부를 더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예타 수행 주체를 기재부 장관에서 중앙관서의 장(중앙행정기관의 장)으로 변경한다. 또 국가 정책적 지역 균형발전 사업은 중앙관서의 장도 아닌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담당한다.
예타 수행 주체가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재부 장관이라 각 사업들이 계량적 수치로만 판단돼 낙후 지역 등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사업을 요구하는 부처, 예타를 수행하는 주체가 동일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각 부처가 직접 타당성 조사를 했다. 1994∼1999년 완료된 타당성 조사 33건 중 통과된 사업은 32건, 무려 97%였다. 반면 1999년 기재부 장관이 수행 주체가 되는 예타가 도입된 이후에는 2020년까지 총 925건 중 통과된 사업은 588건으로 비율이 64%에 그쳤다.
국회 기재위 법안 검토보고서도 “예타에 각 부처의 다양성, 지역 간 균형 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나 공정성 보장에 한계가 나타날 우려는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