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LH 직원 땅 투기는 구조적 문제… 변창흠 장관 책임져야

입력 2021-03-10 04:02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은 극소수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조직 내부적으로 일상화되고 만연된 행태로 여겨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이었는지 규명해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정황상 부패 구조에 의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에 수긍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게 분명하다. LH 직원들의 투기 행태가 구조적인 것이라면 이를 바로잡지 못한 책임이 지난해 말까지 1년7개월간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있다.

변 장관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바짝 엎드린 자세로 수차례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사태가 일어날 줄 전혀 몰랐다면서 “(LH 사장 재임 시절) ‘공기업의 존립 이유는 투명성과 청렴’이라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지만 제 뜻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다”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해 왔는데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전히 개인적 일탈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변 장관은 앞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부인하고 그들을 비호하는 발언을 해서 비난받기도 했다. LH의 구조적인 문제를 모르고 방치한 책임도 전임 기관장이자 현 주무 부처 수장으로서 변 장관이 져야 할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LH의 한 신입 직원은 지난해 동료들과의 사내 메신저 대화에서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공공택지를 사겠다. 이걸로 해고돼도 땅 수익이 평생 월급보다 많다”고 말했다. 이를 제보한 직원은 이런 차명, 사전 투기가 암암리에 많이 이뤄져 사내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고 했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가 관행처럼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번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엔 한 LH 직원이 “부동산 투자 인사이트(통찰력)를 기를 기회가 많다”는 자사 리뷰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는 핵심 공기업의 직원이 회사에서 부동산 투자 기술을 익힌다고 자랑한 것이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LH 내부의 강력한 조직 쇄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장관직 사퇴에 관한 의원 질의에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스로 인정했듯이 변 장관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커서 그가 계속 장관직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