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맨의 잇단 죽음, 재발 방지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21-03-10 04:06
쿠팡 택배노동자가 또 과로로 숨졌다. 쿠팡 서울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맡았던 이모(48)씨가 지난 6일 한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전형적인 과로사 증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초 쿠팡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이씨는 밤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주5일을 근무했다. 쿠팡은 그에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물량 처리를 강요했고, 1시간인 무급 휴식시간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게 했다고 동료는 증언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처음으로 휴가를 내고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나 “도저히 힘들어서 여행을 못 하겠다”고 말한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런데도 쿠팡은 “이씨가 휴가 중 사망한 것”이라고 발을 빼는 모습이니 개탄할 일이다.

이씨가 시신으로 발견된 날, 택배노동자를 관리하던 40대 쿠팡 직원도 사망했다. 그는 밤 11시까지 근무를 하고 귀가한 뒤 새벽에 쓰러졌다. 과로사로 추정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쿠팡에서만 지난해 과로사로 숨진 사람이 6명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쿠팡은 사망자의 업무 강도가 높지 않았다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원성을 샀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은 최근 “직원이 성공의 이유”라며 직원들에게 1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배송 인력인 쿠팡맨의 근로조건이 열악해 석 달 안에 80%가 그만두는 형편이라 정작 주식을 받을 사람은 별로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식도 좋지만 현장의 배송 여건 해결이 먼저다. 쿠팡이 글로벌 그룹을 꿈꾼다면 더욱이나 이런 일련의 사건을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유가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