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차’로 불렸던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사진)가 오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 세단의 상품성이 개선된 데다 파격적인 디자인은 소비자의 호불호가 명확해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쏘나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지난 8일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판매 부진에 따라 재고 조절을 위해 오는 12일까지 5일간 공장을 멈춘 것이다. 아산공장은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수일간 가동을 중단했었다.
9일 현대차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쏘나타는 지난 1, 2월 총 7798대로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택시용 판매 차량을 제외하면 5426대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1만1676대,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1만6644대로 호실적을 써냈다.
2014년 10만7169대가 팔렸던 쏘나타는 2019년 8세대 신차 출시 후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랜저와 아반떼가 각각 14만5463대, 8만7731대씩 팔리는 동안 6만7440대로 뒤처졌다.
쏘나타는 1985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34년간 판매를 이어온 장수 차량이다. 지난해 상·하반기로 나눠 연식변경 모델, 준고성능 차량 쏘나타 N라인 등을 출시하며 재도약을 노렸지만 도드라진 판매 변화는 없었다.
국내 시장에서 쏘나타를 포함한 중형 세단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UV 선호도가 높아지고 상품성을 갖춘 준중형·대형급 세단에 수요가 몰리면서다. 지난해 출시한 7세대 아반떼는 이전보다 넓어진 실내 공간과 진보한 디자인, 평균 2000만원대 가격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그랜저는 쏘나타보다 한 단계 위 차급이며, 크기가 더 큰 데다 가격 차이는 적어 선호도가 높다.
다만 쏘나타의 부진 원인을 단순히 ‘중형 세단’이라는 차급에만 두기는 어렵다. 쏘나타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의 중형 세단 K5는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5는 지난해 8만4550대에 이어 올 1, 2월에도 1만987대가 판매되고 있다.
사실 쏘나타에는 장수 모델이라는 영광 뒤에 ‘오래됐다’는 이미지가 함께 서려 있다.
8세대 쏘나타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철학을 반영해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했지만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가 꾸준히 뒤따랐다. 또 장기간 택시용 차량으로 판매돼 젊은 층이 충분히 개성을 드러내기 어려운 점도 판매 부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