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지사가 조기 사퇴 대신 지사직을 유지하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코로나19 방역 등 경기도정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최근 당내 지지율 1위 자리도 굳힌 데 따른 것이다.
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사 측은 지난해 경기지사 조기 사퇴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이후다. 대중 인지도는 높으나 당원 투표에서 밀리던 상황인 만큼 조기 사퇴 후 호남에서부터 바닥 다지기에 나서자는 차원이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오기 전까지 이 지사 주변에선 지사직 조기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이 지사 입장에선 당심 단속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터지고, 이 대표의 지지율이 지속 하락하면서 기류가 변화했다. 여권 내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선 도정을 책임지며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았다. 이후 이 지사는 기본소득 등 정책적 이슈에만 목소리를 냈을 뿐 중앙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함구했다.
이재명계 중진 민주당 의원은 “3차 대유행 이후 방역이 최우선 과제가 된 상황”이라며 “지금은 조직표를 단속한다고 대선 지형이 뒤바뀔 만한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경기도정을 다지며 이 자리까지 온 이 지시가 대선 출마를 이유로 섣불리 지사직을 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배수진을 친다는 의미에서 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2012년 김두관 경남지사가 어렵게 탈환했던 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자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7년 대선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가 모두 지사직을 유지한 채 각각 새누리당과 민주당 경선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당무위원회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이 대표를 만나 “입법 등 쉽지 않은 성과를 낸 게 많다. 정말 어려운 거대 여당을 이끄는 일을 잘 해내셨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했다.
이 지사는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대의에 좀 더 충실했었으면 어땠을까 한다”며 “구태정치 말고 미래지향적 정치를 해주면 국민과 국가,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지율 2위로 내려온 소감을 묻자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언제 또 어떻게 갈지 모른다”며 “제게 맡겨진 도정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강준구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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