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헌장’ 딱 걸린 임효준… 한국 반대하면 베이징 못 뛴다

입력 2021-03-10 04:07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지난 2018년 2월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택한 중국 귀화가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게 됐다. 국적을 바꾸고 최소한 3년이 지나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임효준은 지난 6일 소속 에이전트사 브리온 컴퍼니를 통해 “재판과 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은 꿈을 이어나가기 어려워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특별 귀화 절차를 밟은 임효준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효준은 지난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 센터에서 체력 훈련 중 대표팀 후배 A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나게 한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다. 이 문제로 재판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의 징계가 이어지자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은 지난해 11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선택한 중국 귀화에도 임효준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하기는 힘들게 됐다. 올림픽헌장 제41조 2항 규정 때문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국적을 바꾼 선수가 올림픽을 출전하기 위해서는 이전 국적을 가지고 출전한 마지막 대회로부터 3년이 지나야 한다. 임효준이 한국 국적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출전한 국제대회는 지난 2019년 3월 10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2019 세계쇼트트랙선수권 대회다. 하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이 대회로부터 3년 안인 2022년 2월 20일까지 열릴 계획이라 임효준의 출전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한국올림픽위원회(KOC)와 중국올림픽위원회(COC), 그리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합의한다면 예외적으로 임효준의 출전이 가능하다. 이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장이 승인하면 3년의 제약 기간을 줄이거나 취소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KOC 역할을 겸하고 있는 대한체육회는 “원칙적으로는 규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못을 박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도 “대한체육회에서 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협상 요청이 있어야 구체적인 입장을 조율하고 밝힐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임효준의 소속사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선수의 진심을 봐달라. 임효준은 올림픽과 상관없이 쇼트트랙을 계속하고 싶어서 중국행을 선택했다”면서도 “임효준이 사전에 이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