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투트랙 전략… 내부엔 ‘학살부대’·외부엔 로비스트 투입

입력 2021-03-09 04:06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3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진압 경찰이 쏘는 총알을 피해 땅에 엎드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의 불복종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투 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무자비한 탄압을 이어가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제사회에 군부 집권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로비전에 돌입했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군부는 이날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시민 학살로 악명이 높은 특수부대를 시내에 배치했다. 미얀마 전역에는 최소 5개의 경보병사단이 투입됐는데, 이 중 특히 주목받는 것은 제33경보병사단이다. 이들은 미얀마 북부 카친주와 샨주의 정글, 산지에서 소수민족 반군과 오랫동안 교전을 벌여온 정예부대다.

2017년에는 이슬람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거주지 인딘 마을 토벌에 투입됐다. 당시 이 부대는 로힝야족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고 암매장한 뒤 생존자들을 집단 성폭행했다. 토벌이 끝난 다음에는 마을을 불태우기까지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탈출한 로힝야족 수십만명이 집단 익사하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제77경보병사단 소속 군인들이 목격됐다. 이들도 2007년 승려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인 ‘샤프란 혁명’ 당시 비무장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해 악명을 떨친 부대다.

선데이타임스는 군부가 시위대를 상대로 조준 사격을 해왔다는 의혹이 이들 부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가 시위대를 향해 실탄 사격을 시작한 이래 10명 이상의 시민이 머리에 총을 맞고 목숨을 잃었다.

초강경 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미얀마 군부는 대외적으로 쿠데타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부정을 주장하는 등 여론전에 돌입했다. 외신들은 군부가 국제 여론전을 위해 이스라엘 정보요원 출신인 거물 로비스트 아리 벤메나시를 영입했다고 전했다.

벤메나시는 제33경보병사단 소행으로 알려진 ‘로힝야족 학살 사건’이 사실은 수치 고문에 의해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수치 고문이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주도자였다는 것이다. 또 군부가 수치 정권의 친중국 행보를 막기 위해 반란을 일으켰으며 쿠데타 명분으로 알려진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도 다수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디언은 벤메나시가 이같은 주장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총파업에 나선 8일 북부 카친주 미치나시에서 군경이 또 다시 총격을 가해 시위 참가자 2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