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이 토지를 1000㎡ 단위로 쪼개 매입한 것은 토지 보상금이 아닌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공공택지 주택 특별공급 관련 조항을 고쳐 1000㎡ 이상 토지 소유주가 신도시 아파트 입주권(협의양도인 주택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LH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시점은 국토부 입법예고 전이어서 이들이 내부 정보를 미리 알고 1000㎡에 맞춰 토지를 매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에 무게가 실린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대 LH 직원 소유 토지를 분석한 결과 LH 직원 5명을 포함한 7명은 지난해 2월 과림동의 밭 5025㎡(당시 3필지)를 공동으로 매입했다. 7명 각각의 소유 면적을 계산해보면 A, B, C씨는 각각 1005㎡였고 나머지 4명은 각각 502.5㎡였다. 4명은 2명씩 같은 주소에 거주하고 있어 배우자 혹은 가족으로 의심된다. 즉 5세대가 5025㎡를 1005㎡씩 나눠서 소유하고 있다.
앞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투기 의혹을 받는 LH 직원들의 토지 매입 경위에 대해 “전면 수용되는 신도시에 땅을 사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했다. 민간개발 방식이 아닌 토지 보상은 감정평가를 토대로 하므로 투자액에 비해 높은 보상금을 받기 어렵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변 장관 말과 달리 이들이 노린 것이 토지 수용 보상금이 아니라 아파트 입주권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바뀐 국토부 규정과 1000㎡ 기준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 29일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공주택건설사업 지구에서도 ‘협의양도인 주택 특별공급(특공)’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협의양도인 주택 특공이란 공공사업으로 1000㎡ 이상 토지가 수용될 경우 보상금 대신 분양주택 입주권을 선택해 받을 수 있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에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는 지역의 택지개발사업, 도시개발사업에만 적용됐다. 지난해 9월 20일 해당 규칙이 개정되면서 공공주택건설사업으로 수용된 경우까지 포함됐다. 공공주택건설사업으로 추진되는 3기 신도시 지역에서 1000㎡ 이상 땅이 있다면 아파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LH 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하고 5개월 후 이 입법예고안이 나왔다.
이 조항을 근거로 과림동·무지내동의 1000㎡ 이상 토지 소유주는 세대당 85㎡(30평대) 이하 분양주택 1채를 특별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분양 공고가 난 시점에 무주택자여야 하지만 그 전에 기존 집을 팔아도 무주택자 자격을 인정받는다. 대상자는 원칙적으로 100% 당첨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분 여부와 상관없이 소유한 면적이 1000㎡ 이상이고 무주택자면 특별공급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LH 직원 등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필지는 5세대 모두 특별공급 선택 자격이 주어진다. 투자자들은 총 22억5000만원을 주고 땅을 샀으므로 세대당 투자금은 4억5000만원이다. 광명·시흥 신도시 85㎡ 아파트 시세가 10억원 정도로 형성된다면 이들은 투자액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한 금융기관 보상 전문가는 최근 언론 기고에서 협의양도인 주택 특공을 ‘로또 아파트’로 표현했다.
다만 이 제도가 신도시 땅 소유주 모두에게 로또인 것은 아니다. 땅의 면적이 2000㎡이든 1만㎡이든 세대당 돌아가는 아파트는 한 채다. 세대당 1000㎡로 면적이 맞춰질 경우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LH 직원들의 지분 분할이 매우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이들은 3필지였던 땅을 매입 4개월 후인 6월 하나로 합병한 뒤 7월 23일 다시 4개로 분할했다. 국토부가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 6일 전이다.
이들의 토지 매입 금액(22억5000만원) 중 근저당 금액은 20억4100만원이다. 시흥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확정적인 정보가 없다면 집이나 상가로 활용할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닌 이상 융자를 많이 내 땅을 사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양도인 주택 특공은 지난달 국토부의 광명·시흥 신도시 발표에도 포함돼 있다. 제도의 취지는 원주민의 재정착을 도우면서 동시에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시중에 풀려 서울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신도시 예정지에서 입주권을 노린 외지인 투기 세력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토지 면적 기준을 1000㎡에서 400㎡로 낮추는 방안을 입법예고했다. 비수도권 기준(400㎡)과 수도권의 기준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제도 취지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부당하게 투기를 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다른 제도로 막아야 한다”며 “원주민에게 재산 상실에 따라 보상하는 정착 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흥=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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