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46일 만에 방위비협상 타결… ‘동맹복원 신호탄’

입력 2021-03-09 04:04
정은보(왼쪽)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가 7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하고 있다. 외교부는 양측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원칙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46일 만인 7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하면서 동맹 복원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동맹을 고리로 미국이 향후 무기 구매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등과 같은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교부는 8일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양국 간 회의 결과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며 “양측은 내부보고 절차를 마무리한 뒤 대외 발표 및 가서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귀국길에 오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한·미 간에 합리적이고 공평하고 상호 간에 수용 가능한 합의를 이뤘다”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한 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오는 17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새 합의가 2026년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6년짜리 합의’라고 보도하는 등 일단 다년 계약은 성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인상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0년 3월 한·미 양측 실무 협상팀 간 도출했던 13%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1991년부터 진행된 방위비 협정은 대부분 5~6% 수준의 인상률을 보였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제10차 SMA 협정에선 9차보다 8.2% 증가했었다. 처음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 중시 정책을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의 갈등 요소였던 방위비 분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으면서 동맹 복원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이번 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미동맹과 연합 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과 ‘돈 문제’를 비교적 순탄하게 넘긴 뒤 함께 대중(對中) 견제 전선을 구축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을 넘어선 미국의 안보 전략에 동맹으로서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 방한이 성사된다면 미국의 이런 요구는 방한 자리에서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 방한에 오스틴 장관이 동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미국이 가장 먼저 들이밀 어젠다는 인도·태평양 전략일 것”이라며 “이를 위한 한·미·일 공조 구축 및 한국의 입장 등을 우선적으로 얘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맹으로서 일종의 ‘성의’를 보이는 측면에서 무기 구매 압박이 뒤따를지도 관심사다. 미 CNN은 “방위비 최종 합의에 한국이 특정 군사장비를 구매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무기 구매는 관련 절차가 따로 있어 구매를 미리 약속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협정에서 부수적으로라도 관련 언급이 있었다면 향후 우리 정부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