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기후붕괴의 파고, ‘생명 중심’으로 잠재우자

입력 2021-03-09 03:01

코로나19 대유행과 더불어 기후붕괴와 문명전환을 맞닥뜨린 한국교회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한국교회의 회심은 생명 중심의 목회에서부터, 생명이신 하나님께 돌아가는 일부터 시작하자는 신학자들의 목소리가 분출됐다.

황홍렬 부산장신대 교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에 속한 중견 신학자와 활동가 7명과 함께 ‘코로나19와 한국교회의 회심’ 제목의 신학 논문집(사진)을 출간했다고 8일 밝혔다. 신학 목회 선교 세 관점을 각각 다룬 논문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생태적 파국의 전조로 본다. 동시에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지키고 돌보며 자연과 공생하는 존재로서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에 회심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한국교회 앞의 거센 파고를 생각하며 렘브란트가 풍랑을 잠잠케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성화 ‘갈릴리 호수의 폭풍’(The Storm on the Sea of Galilee)을 책의 표지로 했다”고 말했다.

장윤재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기후붕괴, 문명의 전환, 신학의 재구성’이란 글을 투고했다. 장 교수는 “정부 개입 최소화와 시장에 대한 맹신을 보인 신자유주의가 50년 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무너졌다”면서 “한국교회도 신자유주의의 포로가 된 것을 참회하고 경제의 지역화, 화석연료에 기초한 문명으로부터의 탈피, 생태경제로의 전환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를 하나님의 몸으로 보는 세계관을 갖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길이 하나님을 만나는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원범 대전신대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교회의 반응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성찰을 거부하는 반응, 비대면 콘텐츠 개발을 시도하는 반응, 의미와 본질을 찾는 반응, 원인과 문명전환의 과제를 찾는 반응 등이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며 회심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을 되찾고 생태적 삶을 추구하며 극심한 양극화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한국판 그린뉴딜을 분석하면서 생태계 위기와 기후붕괴 속에서 생명교회 생명목회 생명선교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와 생태의 영성을 강조하는 한편 생명목회의 구체적 방향으로서 마을목회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이진형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은 한국교회 환경교육을, 김은혜 장신대 교수는 디지털 문화와 관계적 목회를,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는 자연 생태계와 문화 생태계 양상 등을 각각 분석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