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특혜” vs “백신 솔선수범”

입력 2021-03-09 04:04

지방자치단체장의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백신 접종 독려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대구시는 8일 예정돼 있던 권영진 대구시장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을 취소했다. 질병관리청이 제한적인 백신 공급 상황에서 현장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까지만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입장을 정했는데 지자체장을 뺀 것은 특혜 시비를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접종을 예고했던 다른 지자체들도 줄줄이 일정을 포기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오는 10일 예정됐던 AZ 백신 접종을 취소했다. 박성수 서울 송파구청장,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도 접종 계획을 접었다. 일정을 검토 중이던 허태정 대전시장도 맞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대전 대덕구청장과 중구청장은 지침이 정해지기 전인 지난 6일 접종을 마쳤다.

백신 우선접종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내 첫 백신 접종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접종 여부를 두고도 정치권이 공방을 벌였다.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앞서 질병관리청이 지난 3일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재난안전·방역대책본부 공무원도 우선접종 대상에 넣도록 했고 이에 대구시는 내부 검토 등을 거쳐 대구시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권 시장을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지난 6일 재난안전·방역대책본부 공무원은 별도 안내가 있을 때까지 접종을 연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7일 오후 늦게 다시 공문을 보내 지자체장은 제외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부 방침을 따르는 것은 맞지만 너무 늦게 결정돼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권 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권 시장은 “위암 수술을 한 내가 AZ 백신을 맞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AZ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과연 특혜일까? 그렇다면 당연히 맞지 않는 것이 옳지만 지금은 AZ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