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전설과 거장들이 걸어온 길을 걷는다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좇다가 결국 그들 사이에 제 자리를 마련했단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어떤 일이건 사랑과 열정을 담아 한다면 모두 이뤄질 수 있다는 명제에 대한 아름다운 증명입니다(조코비치).”
노박 조코비치(34·세르비아)가 로저 페더러(40·스페인)를 제치고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최장기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ATP 투어는 8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21년 3월 2번째 주 랭킹을 발표했다. 조코비치는 랭킹 포인트 1만2030점을 유지해 2위 나달(9850점)과 큰 격차를 유지했다. 페더러가 갖고 있던 최장기간 랭킹 1위 기록을 1주 경신(311주)한 것.
ATP 투어는 “전쟁으로 폐허가 돼 테니스 인프라가 거의 없는 나라의, 스포츠와 관련 없는 보통 가정에서 조코비치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었단 사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미래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단 걸 증명한다”며 “조코비치는 챔피언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는 정상에 오르기 위해 싸웠고, 장애물을 마주할 때마다 자신을 성장시켰으며, 역대 누구보다도 더 정상에 오래 머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조코비치는 2011년 7월 처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최근에는 지난해 2월 라파엘 나달(35·스페인)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뒤 36주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랭킹 1위에 오른 횟수는 총 5번으로, 가장 오래 1위를 유지한 건 2014년 7월~2016년 11월 기록한 122주다.
최장기간 세계 랭킹 1위 기록은 조코비치가 프로 선수로서 세운 목표 중 하나였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말 또 다른 ‘전설’ 피트 샘프러스(50·미국)의 최다 연말 랭킹 1위 기록(6회)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 “페더러의 최장 기간 랭킹 1위 기록을 경신하는 것과 할 수 있는 한 많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프로로서 내 2가지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남은 건 페더러와 나달(20회)이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 경신이다. 메이저대회에서 18회 우승한 조코비치는 다른 두 ‘빅3’ 선수를 따라잡기 위해 2번 더 우승컵을 들어 올려야 한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우승 뒤 “테니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저의 관심과 에너지 대부분을 더 많은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록 경신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서 최근 3년 연속 우승(2019~2021), 코로나19로 지난해 대회를 건너 뛴 윔블던에선 최근 2년 연속 우승(2018~2019)했다. 부상으로 최근 공백이 긴 40세 페더러나 클레이코트 밖에선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나달보다 나이도 적어 기량을 더 오래 유지할 가능성이 많다. 지난해 부상 이후 이달 카타르오픈에서 처음 복귀하는 페더러도 현지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며 “그와 함께 경기해온 게 즐거웠다. (조코비치와의 경쟁이) 날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