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부 유예환 출석체크합니다.” 선생님들은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오는 댓글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안부를 건넸다. 이어진 예배 시간, 노신일 목사는 학사모와 학사 가운을 두른 채 등장했다. 손에는 두루마리 성경을 들었다. “오늘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기록한 누가를 표현해 봤어요.” 노 목사의 복장에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이용한 한성교회 다음세대 실시간 예배의 모습이다.
한성교회는 1972년 11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박승준 원로목사와 성도들이 시작했다. 2007년 양천구 신정동으로 이전한 뒤 2009년 2대 목사로 부임한 도원욱 담임목사는 가장 먼저 다음세대를 세워나갔다. 12년간 교회는 45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다. 교회학교 1600명, 대학청년부에 1000명이 출석한다.
지난 3일 교회에서 만난 도 목사는 “집에서는 자녀들을 우선순위로 두는데 교회는 아이들보다 장년 사역에 집중돼 있었다”며 “우리 아이들의 믿음이 곧 한국교회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다음세대 사역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성교회 내에는 첨단 영상시설을 갖춘 스튜디오H가 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부터 아이들에게 영상이 주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효과와 특수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지난해 3월 현장예배가 닫히자 다음세대 사역자들은 ‘온택트 주일학교’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 ‘온택트’(ontact)란 ‘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소통하는 방식을 뜻한다.
사역자들은 말씀과 예배의 본질을 유지하되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예능 콘셉트의 영상을 기획했다. 초등부는 설교, 찬양, OX퀴즈, 선생님 전화 연결, 출석 댓글 추첨, 가정 미션 인증샷 이벤트로 아이들을 독려했다. 웬만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에는 미동도 없던 중·고등부 학생들에겐 평일 오후 2시 유튜브 채널 ‘두끼TV’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댓글만 올려도 선물을 지급했다.
댓글로 소통하면서 사역자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도 묻자 아이들은 흥미를 가졌다. 성경 퀴즈에 참여하기 위해 설교 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진행한 온라인 성경학교는 300명이 넘는 청소년이 참여해 은혜의 시간을 가졌다.
신주혜(15)양은 “처음엔 상품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설교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듣다 보니 상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말씀을 묵상하는 가정을 세우기 위한 ‘방콕 묵상’, 찬양 율동과 성경을 드라마화한 바이블 콩트를 기획하고 영상을 촬영·편집해 우열을 가리는 ‘방콕 스타’ 등 비대면에 적합한 사역을 펼쳐나갔다. 전국에서 ‘온택트 주일학교’ 사역을 배우기 위한 문의와 목회자들의 탐방이 이어지자 사역자들은 실패·성공사례를 엮어 책 ‘우리교회 온택트 주일학교’(생명의말씀사)를 지난 2월 발간했다.
다음세대 팀장이자 저자인 유지혜(38) 전도사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진행해온 사역을 책에 담았다”며 “사역 나눔을 통해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성교회는 오직 전도와 선교에만 힘쓰는 교회다. 다른 행사는 일절 없다. 매년 봄·가을의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행복축제)와 여름·겨울의 해외 선교 사역이 전부다. ‘행복축제’는 ‘행복한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품고 예수 만난 감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함으로써 더 큰 감격을 누리도록 하는 전도 축제다.
코로나19에도 전도는 계속됐다. 다락방별로 태신자(전도대상자)를 온라인을 통해 작정하고 초대했다. 온라인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전화와 화상 애플리케이션, 영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지난해에 장년 216명, 다음세대 100명이 새신자로 등록하는 열매를 거뒀다.
비대면 시대에 스마트폰을 비롯한 미디어에 소외된 계층을 찾아가 섬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일 1부 예배 후 교구 사역자들은 녹화된 예배 영상을 갖고 직접 집으로 찾아가 TV에 USB를 꽂아 예배를 돕는다. 김인수 부목사는 “정성스럽게 헌금을 준비해 놓고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시는 분들과 마주할 때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한다”고 했다.
해외 선교를 대신해선 국내 선교를 진행했다. 동해·서해에 있는 미자립교회 4곳을 지정하고 여름휴가 기간에 성도들이 방문해 함께 예배드리도록 했다. 200명이 넘는 성도들이 교회를 방문해 헌금과 물품으로 섬겼고 지역 교회는 큰 위로를 받았다. 코로나19 상황이어서 가능했던 새로운 사역으로 공동체는 기쁨이 넘쳤다.
도 목사는 “복음 전파와 신앙의 전수는 ‘코로나19가 끝나면’이 아니라 오늘, 지금 가능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겸손하게 교회가 잡아야 할 본질을 잃지 않고 하나님께 쓰임 받는 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웰컴 투 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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