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비 협상 타결, 목전에 다가온 균형 외교 과제

입력 2021-03-09 04:06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8일 사실상 타결됐다. 양국이 2019년 9월 협상을 시작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한·미 대표단은 지난해 3월 분담금을 2019년의 1조389억원에서 13%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협상이 장기 표류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뒤늦게나마 양국이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니 환영할 일이다.

분담금 인상률 등 합의의 세부 내용은 곧바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나 미 행정부의 기조로 볼 때 상식적인 선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언론들은 이번 합의가 1년이 아닌 다년 계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5년 계약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단기 계약이 양국 사이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해왔다는 점에서 이 또한 반길 만한 결과다.

양국 동맹의 걸림돌이 돼왔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 만에 전격 타결된 것은 동맹 관계를 더욱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에 미 국무·국방부 장관이 방한하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열리지 않았던 ‘2+2’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이는 양국 동맹의 복원을 알리는 본격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시 여부로 국내에서 논란이 있었던 한·미 연합훈련도 8일부터 시작됐다.

방위비 분담 협상 타결은 우리에게 외교적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경제적 손익보다 공유하는 가치를 중시하는 전통적 동맹 복원에 나서는 배경에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속화가 예상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균형 외교의 틀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국익을 극대화할 것인가가 당장의 숙제로 다가왔다. 바이든 행정부와의 대북 정책 조율, 한·미·일 3각 협력의 한 축인 한·일 관계 회복 등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도 외교 역량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