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강한 교회가 되려면… 하나 된 비전을 갖자

입력 2021-03-09 03:06

100세 시대다. 많은 사람이 건강한 100세의 삶을 누리는 데 관심이 있다. 전문가들은 100세 삶을 위해 적게 먹기, 정기적인 운동, 적당한 쉼, 즐거운 교제 등을 이야기한다.

100세 시대가 비단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이 화두는 교회에도 도전장을 던진다. 100세 시대를 잘 인도하며 건강하게 섬겨야 할 사명이 교회 공동체에도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교회를 위해 필수적인 첫째 요소는 주님이 세우신 교회의 분명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교회 구성원이 서로 다른 비전을 갖고 있으면 교회는 건강하게 자라갈 수 없다. 하나 된 비전이 없다면 교회는 다툼과 분열을 겪는다.

필자는 달라스 중앙연합감리교회를 31년째 섬기고 있다. 10년째 됐을 때 작은 위기가 찾아왔다. 성도가 50명이던 교회가 500명으로 급성장하다 보니 교회 안에 ‘사공’이 많아졌다.

교회 몸집은 커졌지만 건강한 힘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깨달은 게 있다. 교회 공동체가 마음을 모을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성도들과 함께 사명 선언문을 만들었다. 사명 선언문에 따라 설교 일정과 평신도 교육, 주일학교 프로그램 등 교회사역을 정했다. 그렇게 온 교회가 함께 손을 잡으니 많던 사공이 사라지고 자기 자리를 찾게 됐다.

당시 만든 사명 선언문은 이렇다. ‘우리는 성령의 역사 안에서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고 말씀으로 양육하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성도들을 섬기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게 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한다.’

건강한 교회를 위해 필수적인 둘째 요소는 교회 사명에 맞는 기능적·효율적 조직을 갖는 일이다. 부모가 자녀의 키와 몸무게에 맞는 옷을 바꿔 입히듯 교회는 주님이 주신 분명한 사명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대형교회나 성장하는 교회의 모습을 모방하려 한다. 그러나 교회 건강은 주님께서 주신 각각의 비전에 맞는 옷을 입을 때에 얻어진다. 주님이 주신 분명한 비전에 맞는 기능적·효율적 조직과 행정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목회자와 성도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모임이나 의사소통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목회자의 뛰어난 카리스마나 능력으로 교회가 움직이는 시대는 지나갔다. 주의할 것은 교회 구조조정이 교회 리더들의 마음이 모이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평신도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의 지나친 구조조정은 주님의 교회를 오히려 병들게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그들을 인도하신 것처럼, 목회자들은 인내심을 갖고 한 걸음씩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셋째 요소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다. 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교회에 주신 비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새로운 조직과 그 운영을 위한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

아울러 기본적인 성경 공부에서부터 철저한 제자훈련, 사역자훈련 등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세상의 학교는 졸업이 있지만, 하나님 나라의 학교는 졸업이 없다. 뛰어난 설교만으로 건강한 교회를 유지하기가 힘든 시대가 됐다. 그리스도의 용사가 되는 길은 철저한 교육과 훈련밖에 없다.

넷째 요소는 성령님의 일하심이다. 성령님이 교회를 세우셨고 성령님이 교회를 인도하고 다스리시기에 교회의 건강한 성장은 성령님의 역사하심에 달려 있다. 인간의 지혜나 노력이 필요 없는 건 아니다. 교회의 건강한 성장은 성령님의 손에 붙잡혀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는 성도들의 충성스러운 땀을 요구한다.

몸집이 크다고 다 건강한 것이 아니듯 대형교회라고 다 건강한 교회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몸집이 작다고 다 병약한 게 아니듯 작은 교회라고 다 병약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늘 진실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섬기는 교회는 건강한 교회의 필수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가.’

이성철 목사 (미국 달라스 중앙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