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눈은 벌써 4·7 재보궐선거 이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변수로 한 야권 재편 가능성에 쏠려 있다. 야권 재편 시나리오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가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이미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당분간 현실정치와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이 재보선 이후에야 제3지대 세력화를 비롯한 야권 재편의 키를 쥐는 시나리오를 구체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총장이 당장 특정 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받은 검찰총장이 퇴직 직후 입당하는 것은 정치 명분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7일 “윤 전 총장이 옷을 벗자마자 정치에 입문하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곧바로 정치에 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당분간 윤 전 총장은 독자 노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그의 사퇴 시점이 너무 빨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이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 일정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직을 던진 것은 결국 여권의 고사작전에 말려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이 더 구체화됐을 때 검찰의 명운을 걸고 옷을 벗었어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정치권 밖에서 목소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권 의혹 수사나 검찰 개혁 이슈에 대해선 윤 전 총장이 더 적극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 그는 지난 4일 사의를 밝히면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재보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이른바 ‘철석(안철수+윤석열) 연대’를 전격 선언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범야권의 대선 주자로 인식되는 윤 전 총장이 특정 정당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의 지지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탓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초반 적폐 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점도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선택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범야권을 아우르는 제3당 창당에 몸을 던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여야의 재보선 성적표와 맞물려 있다.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총장이 이번 선거에서 아무런 역할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지금까지 제3지대 정치 시도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의 불확실한 정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등판에 기대를 걸었다가 한순간에 무너진 사례가 그 근거로 꼽힌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의 정치 가능성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앞으로의 진로를 어떻게 결정할지에 대해 말을 안 한 상태”라며 “막연하게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만 갖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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