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정상적 기능 되찾기까진 6개월에서 1년정도 지켜봐야
기능 회복 관건은 신경 재생 중요… ‘자궁 이식’도 법제화되면 가능
2년 6개월 전 사고로 오른쪽 팔꿈치 아래를 잃고 장애의 굴레에 갇혀온 62세 남성이 30대 뇌사자로부터 팔을 얻어 새 삶을 찾았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수부이식팀은 지난 1월 9일 두 사람의 팔 혈관과 근육 뼈 신경을 정교하게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2017년 2월 영남대병원과 대구 W병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팔 이식이다. 2018년 8월 손·팔, 발·다리 이식이 법제화된 이후로는 처음이다.
9일로 수술 2개월째를 맞은 남성은 손가락을 움직이는 등 재활을 이어가고 있다. 설 연휴 직전 우려했던 초기 급성 면역거부 반응이 한 차례 찾아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지만 약물치료로 호전돼 며칠 뒤 퇴원했다.
의료진은 완전히 정상적인 손·팔 기능을 되찾기까진 6개월~1년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수술을 이끈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홍종원,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로부터 팔 이식이 있기까지 뒷얘기와 국내외 복합조직 이식의 미래, 해결 과제를 들어봤다.
-팔 이식 환자의 상태는.
“설 연휴 전 이식한 팔 부분이 빨갛게 붓는 발적 현상이 나타나 입원했다. 급성 면역 거부반응에 의한 것인데, 스테로이드제와 면역 억제제를 써서 상태가 좋아졌고 지금은 퇴원한 상태다. 이식 환자의 80%에서 1년 안에 거부반응이 생긴다. 면역 거부반응은 1~4기로 나누는데, 1·2기는 부기와 피부 발적 등이 나타나고 4기의 경우 혈관이 막히고 괴사돼 이식한 팔이 탈락될 수 있다.”
-재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수술 3주 후부터 ‘다이나믹 스플린트(수동형 재활기구)’를 활용해 다섯 손가락을 움직이는 훈련을 하고 있다. 2015년 피습당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대사가 다친 손 재활에 썼던 기구다. 고무링이 달려있어 손목을 고정시킨 채 손을 움직이게 도와준다.”
-앞으로 기능 회복 단계는.
“신경 재생이 중요하다. 지금은 혈관과 힘줄, 뼈가 연결만 돼 있다. 자기의 신경이 이식된 팔과 손으로 자라 들어가 근육을 자극해야 움직일 수 있다. 그때까지 손가락 관절이 굳지 않도록 신경 자극 치료를 계속해서 재생을 빠르게 해야 한다. 여기에 6개월 정도 걸린다.
무리없이 신경이 재생되면 비교적 큰 물건부터 잡을 수 있다. 즉 휴대전화를 잡거나 컵 혹은 블럭을 옮기거나 공 던지기, 문고리 잡기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자기 신경이 잘 자라고 소근육이 더 재생되면 글쓰기나 동전 잡기, 작은 물건·도구 들기 등 미세한 움직임도 가능해진다. 손·팔 움직임이나 운동 능력까지 고려한다면 3~6개월은 경과해야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할 수 있다. 이식된 손·팔에 감각이 돌아오는 데는 9~12개월 걸린다. 손에 땀이 나는 것도 중요한데, 1년~1년 6개월이 소요된다.”
-이번 팔 이식을 오래 준비한 걸로 아는데.
“해당 환자는 2018년 8월 손·팔 이식이 합법화되고 두 달 뒤 병원에 찾아왔다. 당시 사고로 오른쪽 팔을 잃은 지 3개월가량 지나서였다. 법적으로 손·팔 이식은 다친 지 6개월 지나야 가능하고 의수(義手) 등 다른 방법을 우선 고려하고 그래도 마땅치 않을 때 시행할 수 있다. 처음엔 이식에 적합하지 않아 계속 상담만 했다. 3D프린팅을 통한 맞춤 의수 제작 업체를 소개하기도 했다.”
-팔 이식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가 있나.
“환자가 팔 이식을 강력히 원했다. 어떤 의수를 쓰건 너무 차갑고 손이 따뜻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1년 넘게 교분을 쌓으며 환자의 ‘사람 같은 손에 대한 열망’을 알게 됐다. ‘차가운 의수 보다 따뜻한 손을 원한다’는 말을 듣고 진짜로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굳었다. 수부 이식 성공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환자의 긍정적 마음과 의지, 가족의 심리적 지원이다. 모든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초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팔 이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성공의 관건은.
“수술은 1차적으로 성공했다. 면역학적으로는 이식 후 1년 정도 지나야 한시름 놨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만성 거부반응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생길 수 있다. 보통은 면역 억제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아서 생긴다. 향후 지켜야 할 지침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손·팔 이식 법제화 후에도 수요가 많지 않은데.
“손·팔의 경우 절단 상태에서도 잘 지내거나 한국의 뛰어난 의료술 덕분에 초기 수술이 워낙 잘 돼 이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또 의수 기술이 상당히 발전됐기 때문으로 본다. 국내에선 아직 초창기라 병원이나 의사들도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래도 이번 이식 성공이 알려진 후 2~3명의 손·팔 절단 환자 문의가 있었고 매일 1건 정도의 상담 전화도 오고 있다. 발·다리의 경우 의수 보다 의족이 잘 돼 있고 손·팔과 달리 체중이 실리는 문제 등으로 해외에서도 이식 사례가 적고 결과도 썩 좋지 않다.”
-복합조직 이식의 전세계 흐름은.
“손·팔 이식의 경우 통계상 1997~2016년 113건(양손 포함)이 시행됐다. 이후 학회 발표나 논문 자료를 종합할 때 지금까지 150여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굴(안면)이식은 2005~2015년 37건(2016년 논문 기준)이 이뤄졌으며 최근까지 50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근래 이슈가 되는 것은 자궁 이식과 인후두(기관) 이식이다. 자궁 이식은 자궁이 없거나 임신 불능인 여성에게 기증자의 자궁을 옮겨심는 것인데, 2014년 스웨덴에서 처음 시행된 후 미국 브라질 중국 등에서 50례 남짓 이뤄졌고 이를 통해 16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 자궁없이 태어난 36세 여성이 59세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고 임신에 성공해 딸을 출산한 소식이 있었다. 인후두부 이식은 흔하진 않지만 두 사례가 보고돼 있다. 염산을 마셔 기관을 손상받은 아이 등이 대상이다.”
-국내에서의 전망은.
“손·팔 이식이 활성화되면 얼굴이나 자궁, 인후두부 이식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안면 이식은 희귀병인 신경섬유종이나 화상 환자 등이 대상이지만 적합한 얼굴 기증자 확보나 비싼 이식 비용, 법제도화 등이 선결 과제다. 자궁 이식의 경우 실제로 이를 원하고 자궁을 줄 사람도 있다.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어 아이를 못 낳는 여성이다. 어머니가 자궁 기증 의사를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법제도 개선만 따라주면 팔 이식에 이어 자궁 이식이 먼저 성사될 것으로 본다. ”
-자궁, 얼굴 이식이 이뤄지려면.
“안면 이식은 2010년부터 3차례 신의료술 신청을 했지만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모순이다. 팔 이식도 2011년 신의료술 승인을 받았지만 한동안 불법이었다가 1호 팔 이식이 이뤄진 이후에 법제화됐다.
어떤 의료술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있다면 접근에 신중하고 제약을 두더라도 일단 진입 장벽을 낮추고 법제도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1호 팔 이식 받은 손진욱씨가 전하는 메시지
“처음엔 두렵겠지만 의사 믿고 재활하면 정상인처럼 될 것”
“처음엔 두렵겠지만 의사 믿고 재활하면 정상인처럼 될 것”
“처음엔 두려움이 있겠지만 주치의를 믿고 재활하면 정상인처럼 될 것입니다. 힘내세요.”
국내 1호 팔이식을 받은 손진욱(40·대구)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술한 지 4년이 지났다. 이제 신경 회복이 많이 돼서 1~2개월에 한 번씩 면역 억제제 타러 병원 가는 것 외에는 특별히 치료받는 건 없다. 일상생활이 재활”이라고 말했다.
사고로 왼쪽 팔을 잃었던 손씨는 2017년 2월 영남대병원과 대구 W병원 우상현 원장팀의 도움으로 뇌사자의 팔을 이식받았다. 그는 4년여 만에 이뤄진 국내 2호 팔 이식 소식을 접하고 해당 환자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다.
손씨는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팔 이식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결혼해 생후 7개월 딸을 두고 있으며 현재 재활용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손씨는 “그간 수차례 고비도 있었다. 이식한 팔에 반점이 생기는 등 급성 거부반응이 왔지만 잘 대처해 지금은 별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또 “신발끈 묶기나 손톱 깎기 등 섬세한 동작이나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건 약간 부자연스럽지만 다른 생활하는 데는 지장없다”고 했다.
이처럼 국내1, 2호 손·팔 이식 사례가 나왔지만 팔·다리 이식 대기자로 등록된 이는 현재 없다. 기증자도 극히 드물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관계자는 “다른 장기 이식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가 아닌데다 내부 장기와 달리 적출 시 외부에서 보이기 때문에 뇌사자 유가족이 기증을 꺼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두 번째 이식 후 의료기관, 관련 학회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5월 수부외과학회 행사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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