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취약 아동들 벼랑 끝에 내몰렸다… 코로나19로 깊어진 불평등

입력 2021-03-08 03:02
국제월드비전 분쟁취약국의 애슐리 러벳 정책 선임고문(오른쪽)이 지난 4일 한국월드비전이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발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코로나19로 전 세계 취약가정 아동들의 삶이 더 피폐하고 가난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전보다 결식 아동노동 조혼 등에 노출된 아동들이 증가했다.

국제개발구호기구 한국월드비전(회장 조명환)은 지난 4일 월드비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코로나19와 아동·청소년 불평등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국내외 취약가정 아동에게 코로나19가 미친 영향을 돌아보고 아동·청소년의 불평등 문제와 해결책을 논의한 자리였다.

영국 퀸즈대 벨파스트 아동권리센터 공동책임자 브로나 번 교수는 ‘코로나19와 아동 불평등’을 주제로 기조 발제를 했다. 번 교수는 지난 8개월간 137개국 8~17세 아동 2만625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 한 결과를 공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한 아동은 41%였다. 아이들도 이전보다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졌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볼리비아의 9세 여아는 “부모가 직장을 잃어 음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기존 취약 아동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전체 아동 중 일반아동은 20%가 식량부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주아동과 난민신청 아동은 일반아동의 두 배 수준인 각각 38%, 40%가 식량부족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국제월드비전 분쟁취약국의 애슐리 러벳 정책 선임고문은 ‘코로나19와 해외 취약아동’을 주제로 발표했다. 러벳 선임고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194개국의 학교가 봉쇄 및 휴교를 결정했다”며 “학생 16억명 이상이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휴교로 아이들은 배움과 발달의 기회를 잃었을 뿐 아니라 낮 동안 안전하게 보호받을 공간을 박탈당했다. 인도의 한 13세 여아는 “저는 다시 학교가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일하러 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러벳 선임고문은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휴교 규모가 절정에 이른 시기 3억7000만여명의 아동이 결식을 경험했다”며 “아동이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조혼 임신 아동노동 등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이고 폭력 착취 학대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월드비전이 지난해 5~7월 아시아 9개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8500만여 가구가 식량 부족의 고통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1억1000만여명의 아동이 굶주림에 시달렸고 800만여명의 아동이 강제노동 구걸 등의 폭력에 노출됐다. 특히 여자 청소년들은 가정 경제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혼에 내몰렸다.

러벳 선임고문은 “모든 아동에게 기초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아동의 정신건강을 지원하고 아동학대 성폭력 등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격차 해소를 포함해 모든 아동의 학습권도 보장해야 한다”면서 “분쟁과 재난 상황 등에 처한 아동과 가족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명환 회장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전 세계 아동·청소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지원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월드비전은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해 아이들의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