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로 최근 주식 시장이 출렁이고 있으나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블룸버그 통신은 리서치 회사 반다트랙 자료를 인용, 최근 3주 동안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주간 평균 순매수 규모가 66억 달러로 지난해 주간 평균 47억 달러보다 40%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주간 평균 7억5000만 달러의 9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기간 나스닥100지수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나 증발하는 등 금리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빅테크 종목 위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 최고가 대비 15%나 빠진 애플이 개미 매수 종목 1위로 나타났고, 40% 폭락한 중국 전기차 회사 니오가 2위를 기록했다. 서서히 경기민감주로 갈아타는 기관들의 투자 행태와도 다른 모습이다.
이어 나스닥100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인베스코QQQ 시리즈와 트리플 레버리지 버전(TQQQ)이 각각 매수 상위 3, 4위를 차지했다. 나스닥100이 2.9%나 폭락한 지난 4일 강세장에 투자하는 콜옵션은 3200만 계약이나 체결됐다. 역대 5번째로 많은 계약으로, 콜옵션 베팅이 늘었다는 것은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 이달 들어 불과 4일 동안 ETF에는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자금이 더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개미들의 강세장 베팅은 당분간 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투자 행태라며 당혹스러워한다. 내셔널 시큐리티의 아서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역사적으로 개미들이 투자에 나설 경우 상투 잡는 것을 의미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내내 주가가 꼭지에 도달했다고 경고했지만 우리가 틀렸다”고 토로했다.
주가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개미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폭도 그리 크지 않았다. 올 들어 S&P500지수의 최대 하락폭이 2017년 이후 최저치인 1.5%에 불과한 것도 비중이 10%대에서 25%로 늘어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주말 미국 상원을 통과한 1조9000억 달러의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 덕에 또 1400달러의 재난지원금이 추가되면 개미들의 주식 매입 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2월의 고용지표 개선세가 뚜렷해진 것을 시작으로 경기 개선 전망이 금리 상승 우려를 불식시킬 경우 지난해 3월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2차 강세장 베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