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서울시에 매각 잠정 합의

입력 2021-03-05 04:04
대한항공의 송현동 땅 전경.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땅 매각을 두고 대립을 이어온 서울시와 잠정 합의를 이루면서 지지부진하던 자구안 마련에 청신호가 켜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작업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4일 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주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열리는 송현동 부지 매각 최종 합의식에 참여해 조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조정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송현동 부지를 매수한 후 서울시와 교환하는 ‘3자 교환’ 방식이 담길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갈등을 빚어온 계약 매매 시점 특정 여부 관련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번 합의안에서 계약 매매 시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11월 26일 합의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돌연 4월 30일로 예정됐던 매매 계약 시점을 명시하지 말자고 하면서 합의가 무산됐다. 당시 송현동 땅과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가 교환될 수 있다는 소식에 마포구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서울시가 부담을 느낀 것이다.

마포구 주민 반대가 아직 해결 과제로 남아 있지만 이번 합의를 통해 대한항공의 자구안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코로나19 타격을 받은 대한항공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는 대신 2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약속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올해 안으로 4500억~5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사모펀드 등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과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매각해 각각 8000억원, 105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도 골프장 운영업체인 제동레저의 지분을 모두 매각해 230억원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 작업도 가속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3조31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이날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신주 20%에 대한 청약을 진행했다. 구주주 청약은 이날과 5일 이틀간 진행한다. 9일과 10일에는 일반공모 청약이 진행된다. 금융투자업계는 유상증자가 흥행해 무난하게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 신주 발행가액으로 확정된 1만9100원이 현 주가보다 44% 더 낮아 주주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무려 증권사 14곳이 유상증자 판매 및 인수회사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유상증자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