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서울 양재동 자택을 수색해 자산을 압류했다. 서울시가 수색을 통해 찾아낸 은닉 자산은 현금 2600여만원과 미술품 등 동산 20점에 이른다. 미술품은 상당히 고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회장이 주민세 6170원을 비롯해 38억9000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는데 따른 당연한 공권력 행사다.
체납 세금은 이뿐이 아니다. 그는 종합소득세 등 1073억원의 국세를 내지 않아 지난해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 상습 체납자 3위에 랭크됐다. 게다가 2005년 법원 판결로 확정된 1570여억원의 추징금도 여태껏 납부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소득이 없어 세금 낼 돈이 없다’는 게 이유다.
그럼에도 그는 현재 30억원이 넘는 빌라에서 살고 있다. 소득 한푼 없는데 호화로운 집에 살 수 있는 능력이 그저 경탄스럽다. 자산을 가족이나 재단 명의로 미리 빼돌려 놓아 이런 기적이 가능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은닉 자산 압류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최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던 그림을 지난해 35억원에 매각한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최 전 회장 측은 이 돈을 손자·손녀 6명의 학자금에 쓰려 했다고 한다. 고작 1만원도 안되는 주민세 내는 건 아까워하면서 손주에겐 수십억원을 퍼줘도 아깝지 않은 모양이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거액의 세금과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뻔뻔함을 그대로 빼닮았다.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행사하려는 이는 국민의 자격이 없다. 세무 당국은 고액 체납자의 해외여행 제한 등 나름대로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해 애쓰고 있으나 늘 한 발 앞서 추적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수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본인 명의가 아니면 강제 추징할 수 없는 현행법 체계로는 세금도둑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사설] 세금 낼 돈 없다면서 호화생활하는 최순영의 뻔뻔함
입력 2021-03-05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