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발목 잡힐 수 없다”… 文, 한·일 관계 복원 의지

입력 2021-03-02 04:05

문재인(사진) 대통령은 1일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은 한·일, 남북, 북·일,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일본을 향해 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양국 관계에 대해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과거 문제는 과거 문제대로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인 발전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중 가장 일본에 유화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에서 “한국 정부는 언제나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라며 “그러나 한·일 양국의 협력과 미래 발전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양국 사이의 첨예한 과거사 문제인 ‘위안부’나 ‘강제징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협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두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안정과 공동 번영에 도움이 되며, 한·미·일 3국 협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주변 국가의 대화 계기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일본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도 3·1절의 역사적 의미는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불행했던 역사 속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순간을 기억하는 날”이라며 “우리는 그 역사를 잊지 못한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어도 피해자는 잊지 못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거사를 언급하면서도 현 일본 정부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역지사지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과거의 문제도 얼마든지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