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후계 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김 회장은 한화그룹 전반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면서 동관(38)·동원(36)·동선(32) 등 세 아들의 경영 수업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8일 취업제한이 해제된 김 회장은 26일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 등 3개 계열사의 미등기 임원을 맡기로 했다. 한화는 “계열사들이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등기임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미래 성장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일상적인 경영 활동과 거리두기를 한 것은 세 아들이 이미 한화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3세 경영’ 후계 구도는 이미 큰 얼개가 갖춰졌다. 장남인 동관씨는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고, 차남 동원씨는 한화생명 전무에 올랐다. 삼남 동선씨도 지난해 말 한화에너지 상무로 복귀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 큐셀, 첨단소재 등 한화의 핵심 사업을 묶는 주요 계열사로 부상했다. 때문에 장남 동관씨가 후계구도에서는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솔루션은 100% 자회사인 한화도시개발과 한화갤러리아도 흡수합병키로 했다.
동관씨는 지난해 3월 한화솔루션 부사장 겸 사내이사를 맡은 데 이어 6개월 만인 작년 9월 한화솔루션 사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가 됐다. 동관씨는 이달 주총을 거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등기임원도 맡을 예정이다.
한화가 2019년부터 그룹 내 주요 사업을 한화솔루션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이 장남인 동관씨를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해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현재 구도대로 승계가 이뤄질 경우 동원씨는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를, 동선씨는 한화에너지나 한화건설 등을 맡게 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와 증권가는 앞으로 김 회장의 복귀와 더불어 계열사 상장(IPO)과 지분 정리 등을 통해 승계 구도가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생명보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건설 등 주력 계열사를 거느린다. ㈜한화는 현재 지분 22.65%를 가진 김 회장이 최대 주주다. 동관씨는 4.44%,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를 보유 중이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