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서 ‘비핵화’로 맞붙은 北·美

입력 2021-02-26 04:06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재발 방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북·미가 충돌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 대북 정책을 각각 문제 삼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장외공방을 벌이던 북·미가 국제무대에서 처음 맞붙은 셈이다.

미국의소리(VOA)방송 등에 따르면 북한 대표는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 고위급 회기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연설과 관련한 반론권을 신청해 “미 대북 정책의 적대적 성격은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극단으로 갔다”고 반박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남북 공동선언에 대한 진지한 접근법을 취하며 이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2일 블링컨 장관은 화상연설을 통해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처하기 위해 동맹·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비핵화 노력에도 제재 완화가 따르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은 북한의 전력증강이 계속되고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 주장에 대해 한국 대표는 “대화와 외교가 지속적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안”이라며 우리 정부의 대화 요구에 응할 것을 요청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제46차 유엔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화상연설에선 인권으로 또다시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인권이사회가 시리아와 북한에서 계속되는 인권침해 등 전 세계 (인권) 우려 사안을 제기하는 결의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옵서버(관찰국)’ 자격의 미국은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결의안 추진 관련해 우리 정부 입장은 결정된 바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필요한 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인권위에서 공방을 벌였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의 ‘위안부 비극은 보편적 인권 문제’ 연설에 일본 대표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언급하며 “일본은 10억엔 지급을 포함해 약속한 모든 조처를 실행했다”면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리 사법부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대표는 “문제의 본질은 분쟁 속에서 자행된 성폭력이라는 인권침해”라며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는 막을 수 없고, 주권면제 이론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