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하나금융 1년 더 이끈다

입력 2021-02-25 04:06

김정태(69·사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4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단 새로 시작되는 임기는 ‘1년’으로 제한된다. 2012년 수장 자리에 올라 내년 3월까지 꼭 10년 간 총자산 593조원의 거대 하나금융을 이끌게 된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24일 김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최종 후보에 오른 4명을 상대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 김 회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김 회장의 연임은 다음 달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확정된다.

회장에 취임할 경우 임기는 내년 3월 주총 때까지다. 회장 임기는 통상 3년이지만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회장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극복과 그룹의 조직 안정화에 헌신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금융그룹 중 4연임 사례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을 제외하면 김 회장이 유일하다.

김 회장은 198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서울은행에 입사한 뒤 40년 간 은행권에 몸담아왔다. 하나금융투자 대표(2006년 11월~2008년 3월)와 하나은행장(2008년 3월~2012년 3월)을 지냈다. 2012년 회장에 선임돼 2015년과 2018년 연임에 성공하며 9년째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까지도 “추가 연임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이 연이어 ‘법적 리스트’에 노출되면서, 조직 안정 명분의 ‘김정태 체제’ 연장 불가피론이 하나금융 안팎에서 부상했다.

윤성복 회추위 위원장은 “조직의 안정 및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글로벌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등에서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김 회장이 최고 적임자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김 회장 3연임 당시 마찰을 빚었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도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차례로 “하나금융 회추위와 이사회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금융당국 리스크’도 상당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하나금융으로서는 향후 1년 동안 차기 회장 후보군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회장의 후계자로 꼽혀온 함 부회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법적 리스크를 해소할 지도 관심이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주요 관계사 최고 경영자(CEO)들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후보를 선임하기 위한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25일 열릴 것으로 전해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