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시장에 번지면서 24일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는 지난 연말부터 숨 가쁘게 상승 랠리를 이어온 만큼,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이 주가 조정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75.11포인트(2.45%) 급락한 2994.9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내준 건 지난달 29일(2976.21) 이후 16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30.29포인트(3.23%) 하락한 906.31에 마감됐다.
지수 급락을 이끈 건 외국인투자자였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300억원가량을 팔아치웠다. 기관도 130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개인은 5600억원 정도 순매수했으나,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증시 급락의 배경은 무엇보다 미 국채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해 8월 연 0.5%대까지 떨어졌고, 지난 연말만 해도 1% 미만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올라 최근 1.3%대를 기록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채권 투자 유인은 적어지는 탓에 채권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하자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런 분위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고평가된 미국 기술주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22일(현지시간) 2.46% 급락한 데 이어 전날도 0.5% 하락했다. 특히 전기차 종목 테슬라는 최근 4거래일간 주가가 총 10.8% 하락해 23일(현지시간) 7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24일 코스피에서도 그동안 랠리를 주도했던 빅테크와 2차 전지, 자동차 종목들의 낙폭이 유독 컸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네이버(-4.23%), LG화학(-2.82%), 현대차(-3.89%), 카카오(-2.77%), 기아차(-4.70%), SK이노베이션(-6.33%) 등이 급락세를 보였다. 상하이종합지수(-1.99%), 닛케이지수(-1.61%), 홍콩 항셍지수(-3.08%)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이날 줄줄이 약세를 띠었다.
금리 인상 우려와 함께 세금 인상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가 급격히 하락 전환한 건 홍콩 정부의 증권 거래세 인상, 중국의 부동산 규제 때문”이라며 “경기 개선으로 인한 금리 상승이 세금 인상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코로나19 위기 극복이 가시화되고 단기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면, 주식시장은 실적 장세에 돌입할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일시적인 정체 상태이며, 중장기적으로는 확장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