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고등학교 학생이 건물 위에서 몸을 던진다. 이유는 비행 학생들의 잦은 폭력과 따돌림. 담임 교사는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다. 불량 학생들을 체벌하거나 훈계했다가 괜한 피해를 볼까 봐서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려 한 교사가 나선다. 나라에서 체벌을 허가한 교사 나화진, 그는 학생과 교사들 앞에서 외친다. “정부로부터 받은 정당한 권한으로 이 학교를 참교육하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연재된 네이버웹툰 ‘참교육’에 담겨 있다. 체벌금지법으로 지도가 어려워지자 정부가 체벌 가능한 교사를 파견한다는 얼개의 만화다. 체벌 허용과 폭력성 등 논란거리가 다분한 작품이지만, ‘학교폭력’(학폭)을 중심에 놓은 건 의미심장하다. 최근 여자배구 이다영·이재영 선수가 쏘아 올린 과거 학폭 문제가 스포츠를 넘어 연예계까지 번지는 가운데 청소년 타깃 웹툰은 이미 학교폭력을 숱하게 다뤄오고 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연재를 시작한 ‘참교육’의 빠른 상승세는 학폭이 청소년들의 공감대를 폭넓게 건드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박에 월요웹툰 상위권으로 데뷔한 ‘참교육’은 현재 장기 연재작인 ‘윈드브레이커’ ‘뷰티풀 군바리’를 제치고 인기 순위 1위에 자리매김해 있다. 약 4만번의 공감을 받은 첫회 댓글 수는 7000개에 달하는데 “학폭 가해자들은 맞아도 할 말 없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등의 베스트 댓글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다음웹툰에도 ‘참교육’과 아주 유사한 얼개의 작품이 비슷한 시기 등장했다. 12월 연재를 시작한 ‘체벌교사’다. 역시 학폭을 다룬다. 학생회-선도부로 이어지는 권력 카르텔에 들어가려 학생들은 서로를 물고 뜯는다. 이 학교에 국가 프로젝트로 특수부대 출신 교사가 파견을 나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만화는 금요일 웹툰 라인업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167만회의 누적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학폭을 앞세운 건 아니어도 그 소재를 녹여 흥행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최근 네이버웹툰을 다듬어 넷플릭스에서 화제 몰이를 한 ‘스위트홈’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배우 송강이 맡은 18세 고교생 차현수는 은둔형 외톨이다. 본래 쾌활하던 차현수는 우연한 계기로 학폭의 대상이 되면서부터 세상에서 자신을 고립시킨다.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등을 히트시킨 박태준 작가의 ‘인생존망’도 학폭 가해자가 피해자였던 아이의 몸에 들어간 후 회개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처럼 학폭이 웹툰에 반복 등장하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현실적이라는 의미도 된다. 다만 웹툰이 다루는 체벌이 인권침해 우려가 있고, 최근 ‘헬퍼’ 등에서 폭력 학습효과에 관한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심의 체계 마련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자극적인 장면을 자주 접하면 둔감해지고, 문제에 대한 판단도 흐려질 수 있다”면서 “플랫폼이 방송국처럼 거대화된 만큼 등급제 등 콘텐츠 유통 시스템을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