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빅테크 ‘오월동주’ 시작됐나

입력 2021-02-25 04:08
권광석(오른쪽) 우리은행장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가 24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은행 제공

금융권 진출을 노리는 ‘빅테크’ 업체와 기존 금융권 간 의기투합이 이뤄지고 있다.

24일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최초로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는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소상공인 포용적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은행은 네이버 온라인 쇼핑몰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전용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상품을 통해 온라인 사업자들은 제1금융권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사업자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도 출시할 계획이다.

권 행장은 협약식에서 “은행도 코로나19가 촉발한 전 산업의 디지털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며 “협약을 통해 금융과 플랫폼을 결합한 양사의 융합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기존 금융권에선 금융 당국의 국내 대형 IT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이유로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는 불만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전제가 공고해지면서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 업체의 연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각사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윈-윈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권 행장은 “우리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네이버 입점 소상공인을 위한 경쟁력 있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도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술 노하우가 시너지를 발휘해 더 많은 소상공인의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온라인 사업자들에게 연 3.2~9.9%의 금리로 최대 5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해당 상품도 금융 이력이 없어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온라인 사업자들이 대상이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