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30년의 恨… ‘개구리소년’ 추모비 세워 기린다

입력 2021-02-25 04:05

대구시는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발생 30주년을 맞아 사건 발생장소인 대구 성서 와룡산 인근에 ‘개구리소년 추모 및 어린이안전 기원비’(사진)를 설치한다고 24일 밝혔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1991년 3월 대구성서초등학교 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간 후 실종돼 11년6개월만인 2002년 9월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유골은 마을에서 약 3.5㎞ 떨어진 와룡산 세방골에서 발견됐다.

이 사건은 높은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소년들이 실종 된 후 경찰이 단일 사건 최대 규모인 연인원 35만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하고 전국적으로 개구리소년 찾기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유골로 발견됐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유골 감식을 통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사건이 해결되지 못한 채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대구시는 5명의 소년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와룡산 끝자락에 기원비를 설치하기로 했다. 기원비는 사건 현장에서 300여m 떨어진 용산동 선원공원에 조성된다.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 규모로 화강석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만들었다. 기원비는 추모제가 열리는 3월 26일까지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2019년부터 기원비 조성을 위해 유족, 시민단체 등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현장을 방문하고 간담회를 열었다. 설치 장소 선정과 조형물 디자인을 구상하는 과정에 유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주요 조형물은 소년들을 상징하는 5개의 꽃을 바구니가 품고 있는 모습이다. 소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과 어린이들을 품어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주요 조형물 양 옆에도 새 형상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대구시는 이 조형물을 어린이 안전과 관련된 교육의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식을 갑자기 잃고 너무나 큰 고통의 세월을 보낸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기원비 조성이 어린이 안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